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최근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의 자살로 인해 세상이 울렁이고 있다. 지난 글에서 댓글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유명인사들이 악성 댓글을 읽고 반응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했었다. 이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았는지 한국에서도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겨 스타들이 등장해 자신에 대한 악플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올바른 댓글 매너와 문화에 대해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것이 웬걸, 그 방송의 MC로 출현했던 연예인 설리가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만큼 사랑뿐 아니라 오해와 억측도 함께 받아야 하기엔 그녀는 너무 어리고 여렸기에 많은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각종 신문지와 인터넷 뉴스 등에서 설리의 죽음을 주제 삼아 악플 문화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악플은 얼굴 없는 살인이며, 악플 처벌 강화에 대한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등의 기사가 보일 때마다 과거에 설리를 비난했던 언론의 양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연예인의 사생활과 그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염탐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언론의 미끼로 사용하던 과거의 기사와는 달리, 설리의 죽음 이후 180도 태도를 바꾸고 악플을 근절해야 한다는 사설이 실리는 것은 도대체 어떤 논리인가. 게다가 그 두 상반된 글이 같은 언론사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은 우리의 인간의 두 면모와 닮아있는 느낌마저 든다.

또한, 애석하게도 연예인이 근거 없는 루머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비극에 슬퍼하며 악플에 대처해야 한다고 울부짓지만 그 외침도 결국 매스컴의 미끼로 전락하고 사람들은 비극을 반복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마다 대종사의 법문 한 구절이 떠오른다. "큰 솥 가운데 끓는 물을 냉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위에다가 약간의 냉수만 갖다 붓고, 밑에서 타는 불을 그대로 둔즉 불의 힘은 강하고 냉수의 힘은 약하여 어느 때든지 그 물이 냉해지지 아니함과 같나니라." (〈정전〉 참회문)

대종사는 모든 죄가 마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라 마음이 멸하지 않으면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근본적인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애석하게도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며, 역시 이에 대한 반성도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될 것이다. 표면적인 문제인 악플에 대해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 봐야, 뜨거운 물 위에 찬 물을 붓는 일시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악플이 만들어지는 원인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근본적인 마음을 발견하지 못하면 언젠가 비슷한 일이 반복될 뿐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종교 수업을 하거나 젊은 청년들과 담화를 나눌 때면 주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굳이 종교가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이다. 다양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교육과 복지를 국가에서 맡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단체가 존재하는 요즘, 종교의 필요성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종교가 밑에서 타는 불을 꺼버리는 방법임을 이야기해주곤 한다. 한 연예인의 죽음 속에서 광대 무량한 낙원 세계를 꿈꾸었던 대종사의 꿈을 엿본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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