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현 교무

[원불교신문=김계현 교무] 총부에서 교육을 받는다. 강의를 하는 선배 교무가 이런 말씀을 한다. "일시적 문화차원의 교화는 하면 안 됩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분은 농촌교화 5·6급지 교당에서 교화를 안 해보셨기에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교당을 지키면서 아무리 감동을 주는 설교를 준비한다고 해보지만 그 설교를 들어줄 교도가 없는 교당에 발령을 받은 교무에게는 그저 바람과 같은 말이다.

야산 언덕에 위치한 불목교당도 일요일 법회 이외에는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전형적인 농어촌교당이다. 불목교당으로 발령받고 법당에서 기도를 하면서 그리고 앞마당에서 '대종사님은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그리고 법당에 모셔진 대종사의 진영을 뵈며 이야기를 나눠 보기도 하고, 앞산 숙승봉에게 '주무시지만 말고 저에게 가르침을 일러 주소서', 또 저 멀리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혼자 묻고 답해본다.

불목교당은 천해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완도를 상징하는 숙승봉이 바로 눈앞에 우뚝 솟아 있고 그 주위로 감싸 안은 듯 청정바다가 펼쳐져 있다. 마당 산책을 하며 숙승봉과 불목교당의 수호신 소나무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때, 홀연 듯 이 곳에서 음악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서원을 세우고 2년간 교당에서 기도를 모시며 완도 군민들을 만나며 인연을 맺어나갔다. 그리고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시절 사물놀이 동남풍 활동을 했고, 첫 발령지인 남서울교당에서 5년간 지역사회 문화교화로 사물놀이, 요가, 기공을 지도했던 경력을 바탕삼아 완도지역민에게 사물놀이 강좌를 개설했다.

불목교당 교화 3년차에 15명의 1기 사물놀이팀을 지도하게 됐다. 15명의 동남풍 사물팀은 1년 만에 공연할 수 있는 수준이 됐고, 지역 문화공연에 초청 받아 공연의 기회도 갖게 됐다. 이러한 인연으로 4년째 되는 해에 그동안 기도하고 염원했던 '제1회 깰터 음악회'을 열게 됐다. 유자를 재배하시는 교도는 유자 엑기스를, 농사짓는 분은 쌀을, 또 어느 교도님은 집에 선물을 받아 두었던 물품들을, 그리고 비교도인 가스충전 사장님은 가스 5통을 후원했다.

제2회 깰터음악회는 800만원의 행사비가 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비용은 후원 물품과 함께 광주전남교구의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작은 서원 하나의 울림이 여기까지 발현됐다. 제1회 음악회를 보고난 뒤 교당 교도들과 불목지역 부녀회에서도 사물놀이 강좌를 개설해 달라고 하여 새롭게 2기 사물놀이 팀이 구성이 되어 이번 제2회 깰터음악회에서는 2기 사물놀이 팀이 공연했다.

불목교당 김성대 부회장은 "교무님! 완도읍에서 이번 음악회가 너무 좋았다고 하는데 '왜 나는 부르지 않았냐'고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하며 웃음 짓는다. 교당은 신앙의 장소이며, 깨달음의 장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쁜 마음이 나야 하는 게 바로 교당이며, 그 마음이 바탕이 되어 신앙과 공부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이 기쁜 마음으로 교도들 한분한분 함께 하다보니 새로운 주인들이 어느새 자리하며 함께하고 있다.

불목리 언덕에 있는 원불교 교당. 교도들 외에는 찾는 이 없던 교당에 완도 지역민들에게 깨우침의 소리를 전하는 울림의 발전소가 되어가고 있다.
 

불목리 언덕은 깨침의 소리를 전하는 발전소다.

[2019년 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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