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경영지원단 지창준 컨설턴트

전문지식·풍부한 실무경험이 바탕
적성·가치관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화석이 돼가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성장은 커녕 생존이 최고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 대표들이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있지만 같은 환경인데도 오히려 수익이 증가하는 곳도 많다. 단순히 외적인 요인이 전부가 아니라면 기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창준(법명 법해·해운대교당) 교도는 이런 기업을 찾아가 그 기업에 가장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경영컨설턴트다. 한국경제신문 산하 한경경영지원단 부산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생소한 경영컨설턴트에 대해 물었다. 

“사람이 아프면 의사를 찾듯이 기업에 문제가 있을 때 바로잡아주는 기업 주치의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세무사나 회계사들의 접근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종합적입니다. 법·회계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업에서의 오랜 실무경험이 강점이지요.”

부산상고,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제조업체, 손해보험회사, 증권회사 등 15년 동안의 실무경험은 기업의 토털을 봐야하는 경영컨설턴트의 전문성에 그대로 녹아 7년 전 한경경영지원단에 입사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기업에게 자금은 피와 같아서 없으면 사망입니다. 특히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신생기업에 유동자금을 확보해주는 것도 컨설턴트의 능력이죠.”

은행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국가정책자금 연결 등으로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일은 전문지식에 의뢰하지 않으면 몰라서 못한다. 이처럼 컨설팅이란 기업과 사람, 업종의 특성, 사회적 이슈 등 전반적인 것을 다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요즘은 시대 변화 속도가 빨라 세법도 자주 바뀌어 늘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도태되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 입사해 매일 밤 1,2시 넘어서 퇴근했어요. 힘든 줄 모르고 공부했습니다. 3년 정도 지나니 기업의 자료만 봐도 문제점과 솔루션이 한 눈에 다 꿰뚫어지더군요. 딱 1만 시간의 법칙입니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7년째 매월 30~50만원을 도서구입비로 지출한다. 그렇게 읽어낸 책이 빼곡한 그의 사무실 책장을 넘어 회사 책장까지 점령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업무로 기업 대표를 만나는 일은 매우 즐겁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대표를 보면 미처 계약하기도 전에 제가 알고 있는 방법들을 다 알려줘 수수료를 챙기지 못할 때도 있지만 돈 보다는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눈이 더 갑니다.”

가진 능력에 비하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도 돈을 좇지 않는 그를 주변에서는 바보라고도 한다. 그에게는 환자 한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달리 기업을 살리는 일은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니 훨씬 규모가 크다는 사명감이 있다. 욕심이 전면에 나오지 않는 바보 업무 방식은 종교생활 40년에 인이 박혔다고 표현한다. 

“생활시불법이지요.”

업무 내용 자체가 규격화돼있지 않은 자율계약이다. 그러다보니 순간의 욕심에 초연해지기 쉽지 않은 직업임에도 그에게 상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은 서브 컨설턴트로 참여하며 겪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경영권 다툼이 생긴 업체를 컨설턴트 3명이 협업으로 참여하면서 회사에 귀속되는 20% 수수료를 제외한 80%를 4:2:2로 못 박고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규모가 커지자 개인 욕심이 일어난 한 명이 업무량에 비해 불합리하다며 지분 조정을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분란이 생겼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계약이 파기돼 회사에도 손실을 끼쳤다. 

“큰돈이 생기는데 왜 욕심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욕심대로 가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입사 초반에 경험하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 때의 경험이 이 일을 전문적으로 키워내는데 약이 됐습니다.”

경영컨설팅은 계약도 자율이지만 업무도 며칠부터 몇 개월까지 불규칙적이다. 길어도 1년을 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주기로 진행되는 일이라 컨설팅의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는 것도 특징이다.
“인과가 빨리 드러나니 삶의 태도가 겸허해지더라구요. 한 치도 오차 없이 정확하고 철저해야하는 일이 제 적성에 딱 맞아 좋고 게다가 상대를 살리는 일이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증권회사에 재직할 때도 적성에는 맞았으나 상대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라 회의가 많았는데 이 일을 만나 매우 감사하다는 그다. IMF 때 명퇴, 정리해고 등의 세상 풍파를 겪으며 나이 50에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이 세계가 매우 만족스럽다.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뻔히 보이지만 인연이 걸리지 않으면 억지로 맺지 말아야 하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것도 욕심이니까요.”

상대를 살리는 욕심도 내려놓는다는 그. 봄바람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주지만 그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무에게 달렸듯이 그에게는 지금 이 자리에서 상생의 봄바람으로 충분하다. 

[2019년 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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