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욱 교도

[원불교신문=최동욱 교도] 나는 미국으로의 이민 후에 원불교와 인연이 되었기에 <원불교신문>은 교단의 역사와 최근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귀한 정보의 원천이다. 다양한 주제의 칼럼을 통해 전국의 재가출가 교도들의 일생과 가르침을 받을 때면 일상의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곤 한다. 특히 <원불교신문>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을 직접 만날 때에는 그 반가움이 더욱 각별하다. 이처럼 한국발 기사가 전하는 교단의 여러 면목이 내 신심을 다져 주듯이 해외 교도들에 대한 소식도 <원불교신문>에 정기적으로 게재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국적의 교도들이 원불교를 어떻게 신앙하고 현지 특성에 알맞게 세계화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연마의 대상이다. 진실한 신앙의 삶은 그 자체로도 귀감이거니와 효과적인 교화의 단서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교화가 현지에서의 활성화와 완전한 정착에 집중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가교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 확대가 필수적이다. 성불제중이라는 염원에 동참함으로써 공심을 더 크게 키워나가는 한편 밤낮으로 헌신하시는 교무들의 노고를 나누고 덜어내야 한다.

한 개인이 일원상 진리에 오롯이 귀의하고 불공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단연 출가서원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1세대 원불교인들이 다수인 미국인 교도들에게 그간 세워온 일생의 계획과 경력을 모두 내려놓고 전무출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선택으로 비칠 수 있다. 또한 실용주의가 미국 사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임을 인지하고 교화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지 교도들의 공익심과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충족하려면 교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교단에 몸담으면서도 기존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재가교무제’는 이러한 미국 사회 실정에 알맞은 훌륭한 대안이다. 비록 명칭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초기교단 시절에도 선진들께서 재가로서 교화에 헌신하는 역할로 그 본분을 다하며 후대에게 훌륭한 모범이 되었다. 

대종사 당대에 당신께서 직접 시행하신 제도였으니 교단의 정체성에 고스란히 부합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초기교단 시기 훨씬 이후인 1995년에 ‘재가교무제 본격 시행’을 알리는 기사가 <원불교신문>에 실린 것으로 보아 비교적 최근에도 다뤄진 사항이기도 하다. 본업에 임하면서 교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현지 교도들이 있는 만큼, 교단의 결단과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는 방향 제시가 시급하다.  

다민족이 공존하는 미국에서 생활하며 크게 느끼는 점은 비록 여러 인종과 문화권 간에 표면적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는 결국엔 다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 출신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나 일에 따라 행복해하고 때로는 고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인류가 공유하는 온전한 성품의 존재를 망각하고 일시적 이해관계의 충돌로 세계 곳곳에서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은 모두의 비극이다. 반면 물질문명은 어느 때보다 더욱더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상기하면 그 흐름을 원만히 다스리고 이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정신개벽의 실천과 보급이 절실한 때다.

앞으로 해외교화가 더욱 발전하고 현지에 뿌리 내린 교법이 터전을 넓혀갈수록 세계 각지의 교도들 간의 소통은 더 중요하고 활발해질 것이다. <원불교신문>이 모든 국적과 인종을 아우르는 신앙공동체를 이어주길 기대하며 감사를 표한다.

/워싱턴교당

[2019년 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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