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시험기간, 학생 법회를 서원기도로 진행했다. 처음 원불교를 접하는 아이들은 기도라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지 궁금한 게 많다. 일원상서원문이니, 서원을 이루어달라니 하는 말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 서원이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서원이란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며 기도 법회를 진행했다.

서원(誓願)은 맹세할 서와 바랄 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어디엔가 맹세하여 꾸준히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 학창시절에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냥 바라는 것이지 왜 누군가에게 맹세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을 가졌다. 그러다 어느날 기도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매일 기도를 올리려고 했는데, 다양한 사정 속에서 쉽게 마음을 놓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를 지도 교무에게 전했더니, 그럼 자신과 기도하겠다고 약속을 해보자고 한다. 어차피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기도인데 이렇게 약속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싶었는데, 실제로 기도하기 싫은 순간이 닥칠 때 불현듯 지도 교무와 한 약속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는 1분이라도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법신불 전에 사배를 올리며, ‘이것이 바라는 것을 맹세하는 서원이구나’ 하는 감상을 얻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혼자 한다고 해봐야 실패하기 일쑤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실행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온갖 자기개발서들이 하나같이 목표를 정하고 잘 보이는 곳에 적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냉장고 앞에 적어놓으면 자신도 냉장고를 열면서 그 문구를 보고, 온 식구들이 함께 그 목표를 인식하여 뭘 먹으려고 하면 방해하고 혹은 용기를 북돋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독립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독립운동이 참으로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제강점기의 기간은 무려 30여 년에 걸쳐 진행됐고, 당시의 일본은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꺾고 강대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였다. 일본의 국력과 한국의 국력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분명하고 온갖 회유와 협박이 지속되는 지배 속에서 끝까지 독립을 놓지 않고 나라를 위해 인생을 바치신 분들의 그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유지되는 것이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독립운동가들을 살펴 보니, 작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독립에 대한 글을 어떻게든 꼭 한 번씩 작성했다는 점이다. 독립이라는 요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원을 적고 맹세했다는 것이, 우리의 서원과 그리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서원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며, 서원을 적어 붙이자고 했다. 천진난만한 서원들이 가득 적혀 붙어있는 법당에서 아이들의 서원이 마음속에 남아있기를 기원하는 하루였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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