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10월17일, 인터브랜드는 세계를 대표하는 100대 브랜드를 발표했다. 7년 연속 1위와 2위는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2,342억 4,100만 달러(한화 275조원)에 달한다. 아시아 브랜드 중 최고는 삼성으로 72조원으로 6위다. 브랜드 가치는 말 그대로 이름값이다. 이름의 값이 몇 백조에 해당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름은 참 묘한 것이다. 내 것이지만 대부분 남들이 쓰는 것이며, 많이 알려지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더 많이 쓰인다. 

브랜드(Brand)의 어원은 태우다(Burn)이다. 본래 자기 가축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소유권의 의미였으나 점차 제품을 알리는 상표(Trademark)로 쓰이게 된다. “제품은 공장에서 창조되고, 브랜드는 마음에서 창조된다.” 소비자 조사의 개척자인 월터 랜더의 말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제품의 가치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 수시로 바뀌듯 브랜드의 가치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광고가 보름만에 SNS 800만뷰로 메가 히트를 날렸다. 반도체의 졸업식 날,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기뻐하지만 피시방으로 가는 반도체는 다소 실망한다. 마지막으로 우주선에 쓰이게 된 반도체가 모두의 축하를 받는다. 광고는 여기서 ‘안에서 밖을 만든다’라는 문구로 마무리 된다. 이 광고의 핵심 타깃은 20~30대 젊은층이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통해 실력 있는 인재들에게 ‘일해 보고 싶은 회사’로 인식됨을 목적했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90년생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이 기업은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광고를 하는 이유도 대중의 관심이 거기에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종교가 성직자 지원 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까지 종교가 스스로 세상의 가치기준을 생산하고 대중들에게 서비스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이 직접 가치를 결정하며, 종교도 그 영향력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종교도 과거의 추상적이며 신화적 가치를 벗고, 선명한 가치와 실행이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불교는 소태산의 <정전>속에 분명한 가치와 실행방법이 있음에도 100년을 넘어서면서 지금 여느 종교과 함께 쇠락해 가는 이유에 대해 깊은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 

정산종사가 원광대학교의 시초인 유일학림 개학식에서 한 법문을 통해 원불교 브랜드 가치와 우리의 사명이 무엇이었나 다시 새겨본다. “그대들은 먼저 유일의 참 뜻을 알아 유일한 목적과 유일한 행동과 유일한 성과를 얻으라. 유일한 목적이란 곧 제생의세요, 유일한 행동이란 곧 무아봉공이요, 유일한 성과란 곧 일원세계 건설이니, 지금은 비록 좁은 교실에 학인의 수효도 많지 못하나 장차 수 없는 도인들이 여기에서 쏟아져 나와 넉넉히 세계를 제도하게 되리라.”

/동창원교당

[2019년 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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