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에 기대는 시대 가고
지역특성 고려한 아이템

원불교 고유색깔 콜라보,
엄숙함 벗어던지는 것이 ‘열쇠’

정도연 교무

[원불교신문=정도연 교무] 요즘은 문화가 교화의 키워드가 됐다. 문화의 시대, 늘 하는 법회 만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 뭔가 ‘신선한 충격’과 ‘은은한 향기’가 필요하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부터 문화교화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도시 교당이나 시골 교당 할 것 없이 문화공간을 활용한 교화는 이제 필수가 되어가는 추세다. 교당을 법회와 훈련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꾸어 교화효과를 얻는 교당도 늘고 있다. 

타 종교인 혹은 무종교인에게 대종사의 가르침을 대면으로 전하는 직접 교화는 때로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반면에 문화, 예술, 복지 등이 우선된 간접적인 원불교와의 만남은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문화 행정 등 모든 것이 자치단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 종교 역시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교당이 위치한 지역별로 고유의 특성을 살린 독자적인 문화교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특히 확실한 아이템이 중요하다. 일회적인 행사보다는 지역민들의 정서와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역특성을 고려한 아이템과 원불교의 고유한 색깔을 콜라보하는 방법들이다.  

부산 해운대에는 ‘하얀 연꽃’을 의미하는 ‘쿠무다(kumuda)’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북카페와 갤러리 법당이 갖춰진 불교와 문화가 함께하는 곳이다. 이곳에선 주기적으로 유명 작가들의 북콘서트와 공연 전시 강좌가 열린다. 개원 6년만에 부산불교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고, 불자는 물론 부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과 외국인들까지도 선호하는 문화명소로 유명해졌다. 누구나 친근한 대중문화와 불교가 결합한 전법문화공간이 된 셈이다.  

종교 고유의 엄숙함을 벗어던지고 세련된 문화에 종교를 담았을 때 사람들의 호감도와 참여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청년들이 반할만한 불교명소도 있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고시생을 위한 마음충전소가 그곳. 마음충전소는 마음 보관 1인 텐트법당, 레고 불상 만들기, 주먹밥 보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불자가 아닌 청년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카페, 갤러리, 상담소, 공연장, 레스토랑 등 과거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던 문화적 요소들이 종교계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오늘날 대중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것에 목말라 하는지를 헤아려 아는 것, 그것이 곧 문화교화의 시작이요, 문화를 바라보는 교화자의 자세이다. 이전의 권위적 방식, 일방 통행적 방식의 교당운영이나 관리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 사회를 설득시킬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막연히 신심에 기대는 시대가 지난 지는 오래됐다. 이제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면서도 무엇인가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감동을 주어야만 한다. 원불교를 알게 하는 것 보다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 다양화는 필연적이다. 

개신교는 문화선교라는 개념을 도입해 일찌감치 선두에 섰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각종 문화선교 관련 책들이 서가에 즐비하다. 가톨릭 역시 중앙뿐만 아니라 교구마다 연구소를 두어 문화교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불교의 경우도 불교와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원불교도 문화교화에 적극 도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것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19년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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