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유지원 교수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역사는 인간의 삶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말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근원문제에 대해 탐구하는 유지원(어양교당·58) 원광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원광대학교에서 인문대학 학장과 한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버지(여산 류기현 종사)와 어머니의 교육열로 역사 관련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처음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중국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한국과 인접한 국가로 당시 개혁 개방정책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우리나라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중국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했고 역사학을 부전공했다.

그는 군 제대 후 중국은 미수교 상태라 1987년 국립대만대학교에 입학해 10년간 유학 생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유학 생활 중 한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게 됐다. “힘든 유학 시절 중국이 급부상해 우수한 기업들이나 여러 군데 취업의 자리가 나기도 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학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해준 부인과 후원해준 부모님의 영향으로 이 길을 고수 할 수 있었어요.”

역사를 연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물었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 사회에서 발생한 일들을 정리하고 그 의미를 찾는 학문입니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내재 돼 있는 의미와 교훈을 찾는 것으로 생각해요. 현재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에 전개될 일들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 교수는 요즘 등장하는 갑질 문제를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주목한다. 국가와 국가, 집단과 집단, 개인과 개인 사이에 갑과 을의 위치와 역할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제든지 변화한다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이 바로 역사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가르쳐 준다고 그는 강조한다.

중국 전문가인 그는 때론 우방으로 때론 적대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정의하며 이제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강국의 관계 속에 어떻게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들었다.

인문대학장인 그는 취업문제로 인문학이 위기라는 이야기에 대해 “한국 사회가 선진국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인문학적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도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인문학을 베이스로 실용적인 학문을 하면 오히려 효과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다양한 연구 활동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15년 전부터 시도한 역사학과 공학의 융복합 연구 아젠다를 가지고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2번에 걸쳐 인문학 분야로서는 비교적 큰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요즘 학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융복합 연구를 역사학계에서 처음으로 추진했다. 또한 중국의 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인 그는 인터뷰 다음날 제5회 한중관계포럼 관련으로 중국 산둥성 산둥대학 캠퍼스에서 축사와 기조연설을 하게 됐다.

원광대 교수의 역할을 다하는 그는 교도로서도 책임을 다하고 있다. 어양교당 부회장인 그는 원기100년 원무로 사령 돼 인문대학 원불교 학생모임 ‘온리원’을 창립하도록 지도하고 대학교당 사회와 매주 교수 공부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매일 새벽 5시 대학교당에서 좌선과 기도로 원광대학교에서 모범을 보인다.

“저는 외할아버지(성산 성정철 종사), 외할머니(인타원 이칠성)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총부 안에 있는 집에서 성장한 그는 확성기에서 울리는 성가를 들으며 성탑, 송대, 대각전을 놀이터로 삼았다. 어린 시절의 영향인지 그의 인생 표준은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 들어 저도 전무출신을 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새벽 좌선을 하며 얻는 청정심이 너무 좋아요.” 그의 눈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있다.

역사학자 E.H.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밝힌 것처럼 유지원 교수와의 대화는 옛 총부와의 만남이다. 법신불 사은의 은혜로 총부에 가까이 살 수 있는 것이 큰 복이라는 유지원 교수는 역사 연구에서도 대종사의 가르침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 연구는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상을 없애고, 분별과 주착심을 제거해야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한다면 이 세상의 여러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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