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 교무

[원불교신문=이응준 교무]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쓸쓸함을 주제로 하는, 이러한 종류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음악들은 쉽게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곡이 되곤 한다.

원불교 성가에도 이러한 성격의 곡을 꼽자면 오늘 이야길 할 28장 ‘구름이 가리어도’가 아닐까 싶다. 주제나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성가를 부르던 시절, 순수한 신앙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을 노래한 성가로만 생각했던 이 곡이 공교롭게도 잠시나마 전무출신의 서원과 이별을 맞아야 했던 이들의 돌아갈 날을 위한 그리움을 노래한 곡이라는 사실이 적잖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적도 있었다. 학생회 시절에 누구나 좋아하고, 그래서 법회시간에 가장 많이 불렀던 곡이 교단으로의 복귀를 그리워하는 성가였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아마 원불교 성가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느낌의 성가를 논할 때도 성가 28장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리움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곡이어서 일 것이다. 

그러한 교단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이 곡은 모원회가인데, 현재 모원회는 공식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전무출신 도중에 환속한 동지들을 위해 “세속에 살더라도 항상 본원을 반조하여 철저한 거진출진 생활을 하며, 본인이 재출발을 못할 형편이면 자녀라도 권면하여 공도를 받들게 하여, 법계에 큰 빚이 되지 않게 하라” 한 정산종사의 말씀을 떠올려 보면 그 아쉬움과 간절함이 더 절절하게 노래돼야 할 듯하다. 원불교 신앙을  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가진 입장에서 보면 이 곡은 더욱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서원한 길에 대한 그리움일 뿐만 아니라, 늘 깊은 영혼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수행자들의 염원이면 이 곡은 공부인 누구나에게 공감할 수가 있는 곡이 될 것이다. 

원기84년 이후에는 모원회가로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원불교 성가로 불리도록 했다고 하니, 서원과 마음만은 변치않고 언젠가는 이루리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노래하면 너무도 좋을 듯하다.

/영산선학대학교

[2019년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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