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법 교무

[원불교신문=송인법 교무] ‘수학시절에 항마를 해야 한다’, ‘자기문제를 해결하고 교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생활속에서 산경전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실지에 가서는 미치지 못했다.  나는 이정도 준비했으면 충분할거라 여겼는데 이러한 마음 태도가 나를 자만하게 만들고 현실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교화현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여수마음학교’라는 새로운 교화의 장이 열리는 것이었다.

여수마음학교는 일찍이 인성교육 필요성을 알아본 이명륜 교무와 김제덕 교장의 혈심 어린 정성과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마음지도사 과정을 5년간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다. <정전>을 비롯한 우리 교법을 대사회적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세대들을 교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교화방안으로 기존의 교도들과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내어 지금에 이르게 했다.

나에게는 여수지역 대부분의 초등학교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키며 친해지는 시간 자체는 큰 격려로 다가왔다. 물론 2시간동안 20명 안팎의 아이들과 소통하고 나면 기진맥진이 된다. 그리고 교당에 돌아오면 천지행을 하기 위해 교당 일에 집중한다. 겉으로는 잘해내는 것 같아 보였을 수도 있지만 안에서는 힘들다 외치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1년차 부교무의 모르쇠 열정으로 외면해왔다. 외면한 대가는 지금 철저히 받아내고 있다.

일에 허우적대는 삶 속에서 마음챙김 공부는 실지공부와 멀어지고 말로만 하는 공부가 계속 되었다. 관념적인 마음공부는 결국 심신간 체력을 고갈시켰다. 심신간 고갈된 체력은 바로 교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다시 온 힘을 다해 마음 챙겨야 하는 순환이 계속 되었다. 이러한 심신의 상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불교 성직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파란고해를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수적인 삶의 기술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종, 교육,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놀랄만한 숫자의 학생들이 ADHD, 우울, 걱정, 비만, 섭식장애, 중독, 학업중단, 자해, 자살 등 자기 파괴적인 행위에 빠져있다. 건져주 살려주 하는 소리는 너무나도 많이 듣고 있다. 바뀌어야 하는지 알지만 바뀌지 않거나 못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그들에게 마음공부를 하도록 유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새로운 시대가 올 때마다 늘 그래왔지만 기존의 세대들과 판이 다른 세대가 시대를 새롭게 펼쳐나간다. 기존의 세대가 지금 잘못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세대가 잘해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대에 맞게 변화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는지가 양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이 과도기를 해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기존세대나 지금세대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본성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 본성을 알게 하고 지키게 하고 사용하게 하는 공부를 시대에 맞게, 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대중이 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불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틀과 굴레에서 벗어나 신선한 생각 새로운 태도로 교화, 교육, 자선에 앞장서야 새시대 새종교의 취지를 잘 살려나갈 수 있다고 본다.

/여수교당

[2019년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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