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매일 아침 학교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 몇몇이 함께하는 기도에서 서원문을 독송하고 설명기도를 올리며 오늘의 교육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한 걸음이 되기를 서원한다. 종종 서원이라는 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참 깊다고 느낀다. 특히 맹세할 서(誓)는 쪼갤 절(折)과 말씀 언(言)이 합쳐진 글자로, 전장에 나가기 전에 승리를 다짐하며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그 기개와 결의가 들어있다고 한다. 자신의 말에 결의를 담아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원불교학을 배우던 나의 학창시절에 가장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이 기도였다. 특히 우상숭배나 미신을 거부하는 원불교의 정서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있던 나에게, 기도라는 것은 형식에 지나지 않는 종교적 의례에 불과했다. 이렇게 기도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차라리 이 시간에 실제적인 활동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게 됐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무대에 서서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이 처음인지라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멍해져 버렸다. 그때, 뮤지컬을 기획하던 선배 도반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함께 기도를 올리자는 것이다. 늘 연습할 때 하던 기도였기에 자연스럽게 모여서 두 손을 모으고 함께 이 무대가 교단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러고 나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다. 동시에 그동안 노력했던 순간들이 생각나고 간절함으로 연습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나오게 됐다.

사람들은 상황이 닥치면 그제야 간절함이 생긴다고 한다. 불이 나서 목숨이 위태로우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시험을 치르는 사람은 모르는 문제를 맞이했을 때 제발 맞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그런데 만약에 이 상황이 닥치기 전에 간절함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떨까? 평소에 불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에게 불이 날 상황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평소에 공부를 위해 간절히 서원하는 사람은 합격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간절한 기도는 정성으로 그 일에 임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주며, 그 일을 당했을 때 자연스럽게 대처할 힘을 준다. 그것이 간절함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불가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대종사도 우리는 그 원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임을 강조했다. 마음이 가야 생각이 나고, 말과 행동이 뒤따르며 그 결과가 찾아오는 법이다.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굳은 결의로 자신의 간절함을 찾는 사람에게 인과의 세상은 희망을 비춰주지 않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며, 행복과 해탈을 구하기 위해 오늘도 두 손을 모은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11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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