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돈과 시간의 쓰임새는 쓰는 사람의 가치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단체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돈과 시간을 투입하는지 살펴보면 그 단체의 지향점을 파악할 수 있다.

한 자동차 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했을 때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부정적 평가를 했다. 최고의 자동차 제조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뒤로 한 채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 과도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돈의 용처를 보고 기업의 의도를 읽어낸 것이다. 단체의 성격을 파악할 때는 돈과 시간뿐 아니라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어떤 인재를 중시하는지, 인력을 어디에 주로 배치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길러내는지를 짚어보면 그 단체의 현재와 미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 교단은 어떤가. 최근 출가교역자 총단회, 중앙교의회, 수위단회 등을 통해 교단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들을 했다.

전무출신 정년 3년 연장, 원기105년 중앙총부 예산안 승인, 교구법인 통합 시행 유예, 전무출신 호칭 단일화, 여성교역자 복장의 다양화 등 교단을 새롭게 하려는 변화의 노력이 무척 반갑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내용이 있다. 교단의 사람, 돈, 시간 씀씀이다. 교단의 자원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교단의 정책과 살림살이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교단이 추구하는 사실적인 가치와 지향점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야 교단을 새롭게 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단은 어떤 ‘사람’을 어디에 얼마나 써야겠다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늘 사람이 부족하다는 푸념을 하면서도 근본적 대책 마련에는 게으르고, 사람을 쓰는 것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사람을 보살피고 성장시키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돈’도 정말 잘 모아서 잘 쓰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교단을 말하면서도 돈 씀씀이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관행에 묶여 있는 게 아닐까. ‘시간’도 그렇다. 재가출가의 일상 속에서 시간활용이 예전 그대로라면 그 어떤 변화의 외침도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중앙총부와 각 기관과 교당의 정책을 사람과 돈과 시간의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분석해 보아야 한다. 사람과 돈과 시간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있다.

[2019년 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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