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표준 원불교
제사문화 정착하자

김수영 교도

[원불교신문=김수영 교도] 곧 명절대재가 돌아온다. 명절대재를 끝으로 한 해 동안 거행되는 4축2재의 원불교 교단 의식이 모두 마무리 된다. 4축2재의 발단은 원기11년, 대종사가 처음 ‘4기념법’을 제정 발표한 후, 원기13년에 ‘4경절’이 정해진 것이 시작이다. 4경절은 대각일인 4월 28일에 공동생일을 기념하는 ‘생일기념’(음3.26), 모든 명절풍속을 통합하여 한 날에 기념하는 ‘명절기념’(음6.26), 전무출신 부모 이상의 선대와 회원들의 선대를 위해 지내는 ‘공동제사기념’(음9.26), 그리고 오늘날의 신정절에 해당하는 ‘환세기념’(음12.26)이었다. 

이중 ‘생일기념’은 대각개교절로, ‘명절기념’과 ‘공동제사기념’은 통합하여 명절대재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원기12년 1월에는 유공인 대우법을 발표하면서 매년 정남정녀 합동기념(1월1일), 전무출신 합동기념(3월1일), 재가창립주 합동기념(9월1일), 희사위 합동기념(12월1일) 제사를 거행하게 한 ‘4대 제사’가 있었는데, 이 ‘4경절’과 ‘4대 제사’가 몇 번의 변화를 거쳐 해방 후 새 예전의 편찬과 함께 지금의 4축2재로 정착됐다. <원불교신문>(2006.12.01.) 하나하나 짚어보면 신정절,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 법인절, 그리고 육일대재와 명절대재까지 어느 것 하나 그 의미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현재 교단과 교당에서 거행되는 각 행사의 경축과 추모 분위기는 필자 체감상 그다지 높다고 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각개교절을 제외하면 교도들의 참여도나 행사내용도 의미는 퇴색하고 형식만 남은 느낌을 받는다. 그 옛날 모든 명절을 통합하여 한날에 기념하게 했던 본의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봤다. 모두가 어렵던 시절 집집마다 제수를 준비하여 명절을 보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교당에서 합동으로 제사를 모심으로써 개별적으로 조상제사를 모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짐도 덜어주고, 함께 모여 따뜻한 밥 한 끼 나누면서 교단 초창기에 교도들이 단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도 컸으리라 짐작된다. 그러한 당시에는 대재가 큰 의미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각자 명절을 보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 

오히려 대재 2번, 명절 2번, 열반기념제까지 한 해에 5번의 제사를 모시는 결과를 초래하여, 의식의 간소화와 허례허식의 폐지를 추구하여 온 원불교의 정책과도 모순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4축2재와 함께 원불교 제사문화도 다시 생각해 봐야하는 이유이다. 어떤 원로 교도님도 원불교 제사 문화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지만 원로로서 그동안 지내오던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편치 않은 일인 듯했다. 또한 출석 교도 수가 많지 않은 일부 교당에서는 4축2재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적 문제를 거론하며 4축2재의 개선이 쉽지 않은 일임을 지적하는 교도도 있었다. 그러나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처럼 근본이 서면 방법은 생기는 법이다. 어느 것이 먼저이고 소중한 일인지를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봄에는 대각개교절과 석존성탄절을 비롯해 여러 가지 가정의 달 행사로, 겨울에는 명절대재부터 신정절, 설날로 이어지는 행사가 중복돼 교무는 교무대로, 교도는 교도대로 업무와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교화 인력의 부족과 교도들의 변화된 생활환경을 감안하면 미래 세대에 부합하는 원불교 정체성과 교화방향 설정을 위해서도 4축2재에 대한 재고는 꼭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예전(禮典) 총서편에 ‘과거에는 적합하던 예법이 현재에 와서는 혹 적합하지 못한 수가 있나니 그 적절한 것만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혀준 대로 모든 면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 시대에 형식만 남은 것은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강남교당

[2019년 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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