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2학기가 되자 중학교 아이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1학년들은 처음에 보여줬던 순수함을 버리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했으며, 2학년들은 이제 세상을 모두 다 안다는 표정과 태도로 중2병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고등학교에서 수업하던 모습에 익숙해진 나는 심히 당황했다. 왜 수업 도중에 선생님이 있는 단상에 올라와서 칠판에 낙서하는 걸까. 고등학교에서의 반항은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거나, 간식을 먹고 떠드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중학교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마침 고등학교에서 함께 중학교로 발령을 받은 선생님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많고, 중학교 시절에 기초를 닦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수업에 들어갔지만 많은 실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의 열정과는 상관없이 잠을 자거나 대드는 아이들을 만나고 나면 뒤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수업에 재미를 느끼고 함께 참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도 하고, 재미있는 농담도 준비하고 영상물을 만들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물론 수행평가도 없고 시험도 없는 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조금 자유분방하게 수업을 듣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때에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선생님 대상 연수를 받게 됐다. 혁신 교육에 대한 강의가 이어지고, 각기 학교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 발표하며 몇 시간이 흐르자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선생님들이 연수를 들으면서 졸고 있는 것이다. 저런 평이한 내용을 교육한다며 잡담을 하고, 당분이 당긴다며 초콜릿을 먹으러 간다. 나름 학창시절에 모범생이었을 것이 분명한 선생님 집단도 하루 종일 수업을 듣다 보니 학교 교실에서 보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졸고, 먹고, 딴짓하고, 잡담을 나누고, 연수에서 탈출했다.

오랜 시간 동안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몸소 체감시켜주는 귀중한 연수를 뒤로하고, 다시 수업의 현장에 돌아오게 됐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고,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으며, 딴짓하고 돌발행동을 보였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됐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좁은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끝나면 학원에 가는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 느껴졌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대종사도 은혜를 발견하라고 했다. 그냥 은혜로 느껴지면 공부가 아니다. 발견해낼 수 있는 시각을 연마하라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조금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아이들을 조금씩 더 웃으며 마주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본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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