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요즘 도서관이나 서점 등을 중심으로 작가와의 만남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작가와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지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책에서 다 알 수 없던 내용을 질문하기도 하고 글쓰기 중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육성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의 표정이나 태도, 말씨 등을 직접 접하며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느낌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나 역시 흠모해 마지않는 작가들의 강연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나는 특히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과 글 속에 숨어있는 유머코드를 좋아하다. 그래서 그것이 나와 잘 맞으면 그 작가의 팬이 되어 모든 책을 찾아 읽는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어 작가와의 만남을 특히 좋아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도 작가와의 만남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어린이들은 동화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나 신기함의 정도는 어른들의 것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다. 그리고 동화책에는 그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켜줄 그림이 함께한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동화작가와의 만남은 조금 과장하자면 마법사와의 만남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전래동화작가 서정오 선생님과 작가와의 만남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계속 무릎에 앉으려하고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좋아서라고 했다.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시기인 청소년들에게도 작가와의 만남은 소중하고 특별하다. 자신의 꿈과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이기에 감명깊게 읽은 책을 저술한 작가와의 만남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학교에서도 특별시간을 활용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한다. 

비슷한 예로 영화감독이나 배우와 만날 수 있는 GV가 있다. GV는 Guest Visit의 약자로 관객과의 만남이다. GV가 마련된 영화관을 찾으면 영화를 보고 그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때 감독과 배우가 등장한다.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 만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고 관객은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제8회 대구여성영화제를 찾아 한편의 영화를 보고 GV까지 참여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김소영의 작품인 ‘굿바이 마이러브 NK: 붉은 청춘’이라는 영화였다. 잘 알지 못하던 고려인 영화감독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영화의 구성이나 사용된 미술 장치와 음악이 예술적으로 잘 표현되어 감명 깊게 감상했다. 영화가 끝나고 김소영 감독과 질문자로 변영주 감독이 등장했다. 변영주 감독이 질문을 하고 김소영 감독이 대답을 하면 변영주 감독은 또 부연설명을 했다. 관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영화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경험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영화와 감독의 이야기, 관객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생각이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며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작가나 영화감독은 독자나 관객보다 한 걸음 먼저 나가 사유하고 통찰하는 존재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고의 폭을 넓힌다. 그렇게 넓어진 관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또 작가와 감독은 작품을 구상한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강북교당

[2019년 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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