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훈련원

제주국제훈련원은 국제교화의  전초지로 재가출가 전 교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광힐링훈련 명소로 정신문명을 선도하고자 원기 70년(1985)개원됐다.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설렘이다. 올해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제주도가 차지했다는 한 매체의 소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제주도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만 세계자연유산과 국내 유일의 특별 자치행정을 구현하여 미래가 희망적인 곳이다. 비행시간도 단 1시간. 훌쩍 떠나 활짝 웃으며 돌아올 수 있는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제주도에 자리한 제주국제훈련원을 찾았다.


제주교화 50여 년의 현장
제주도는 지역적인 특성과 기존 신앙형태로 인해 교화 기반이 자리 잡기 힘들었다. 일원의 법종자가 뿌려지지 않았던 불모지였다. 이곳에 법음을 전할 수 있었던 인연은 원기49년(1964)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생들의 하계 봉사활동에서부터 비롯된다. 그 후 원기53년(1968) 진규호 전주교당 교도가 한국자동차보험 제주지점장으로 부임해 제주시에 교당 설립의 뜻을 세우면서 교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원기54년(1969) 진 교도 사무실에서 첫 법회를 열었고 연원교당인 전주교당과 교화사업회의 후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다. 원기55년(1970) 제주교당에 학생회가 결성됐고 이듬해 이세연 교도회장의 대지 희사로 제주교당이 신축돼 제주교화의 기틀이 마련됐다.


제주국제훈련원의 궁극적인 목표
대산종사는 원기67년 7월 완도에서 정양 중 “완도는 제주교화의 기초가 되고 제주는 국제교화의 초석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후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소재 3만 5천여 평의 대지를 확보해 훈련원 건립이 추진됐다. 제주국제훈련원 건립 목적은 대산종사의 교화경륜과 훈련원 구상을 실현하는 것으로 국제화 시대를 맞고 있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원불교의 세계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의 하나였다. 원불교의 세계적 진출은 곧 교법을 세계화를 하는 과업이며 원불교 훈련법에 바탕한 국제교화의 관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대산종사가 본 제주국제훈련원이 갖는 국제교화의 위상은 원불교가 한국에서 발상됐다는 의미와 함께 세계가 하나 되는 길을 연결한 통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삼동원과 완도소남훈련원이 제주국제훈련원으로 맥을 잇고 하와이국제훈련원에 이르기까지 상통되는 흐름을 구상한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발돋움하며
현재 제주국제훈련원은 강혜선 제주교구장이 원장을 겸직하고 이지연·오명진·모인덕 교무가 근무하고 있다. 제주도 발령은 처음인 이지연 교무는 “되돌아보니 인생의 반은 교당에서 교화하고 또 다른 반은 중앙중도훈련원, 소남훈련원, 동명훈련원 등 훈련원에서 근무했는데 마지막 근무지를 제주도로 오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교무는 “오명진 교무는 4만여 평의 훈련원을 알뜰히 관리하고 모인덕 교무는 재무 관련 및 훈련원 운영을 보조하고 있다”며 “법당에 비가 새고 재정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책임을 다하는 후배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제주국제훈련원은 흥망성쇠의 흐름을 따라 현재만 보면 그 상황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주교구 전 교무가 합력해 건축 및 재건을 위한 1000일 기도를 결제해 벌써 5천만 원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청하원 내부 모습

아름다운 풍광과 숲속 명상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달리니 훈련원에 도착했다. 교통과 지리적 여건이 좋은 곳에 있는 제주국제훈련원은 여느 훈련원 중 자연환경으로는 단연 최고로 꼽힌다. 해발 400고지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훈련원 본관 옥상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잔디로 조성된 넓은 대지와 숲속 산책길은 걷는 이에게 평화를 준다. 본관은 낙후돼 있지만 지난해 황토벽돌과 편백으로 리모델링한 청하원과 보은원은 편안하고 쾌적한 숙소를 제공한다. 현재 청하원은 방 3개로 총 10명, 보은원은 방 2개로 총 8명 정도 숙박할 수 있다. 넓은 잔디밭은 캠핑과 야영지의 최적지다. 그야말로 힐링의 명소이자 안식처이다.


전문 교육으로 역량 발휘하도록
제주국제훈련원 훈련프로그램은 ‘교도정기훈련’과 ‘관광힐링훈련’이 진행된다. 새벽에는 좌선·기도 낮에는 관광지 탐방, 해수욕, 삼림욕을 하고 저녁에는 염불·일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자연환경이 좋아 이웃 종교인들과 명상단체에 대관하기도 하지만 시설이 낙후되어 가족 단위의 소규모 훈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지연 교무는 “훈련원을 살리는 일은 결국 인재개발이다. 인재양성이 되어야 교단이 성장한다. 우리 교법을 근간으로 훈련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할 생각이다”고 힘든 상황에서도 구성원 교육 계획을 밝혔다.

본관 모습

이제는 재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본관을 허물어야 한다,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전체를 봐야 한다”는 여러 말들이 있다. 이 교무는 “새롭게 건축하는 설계안도 있고 본관을 리모델링하는 설계안도 있다. 마스터플랜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 계획안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제는 결정을 내릴 시기란 뜻이다. 다만 과학적이고 공정한 진단과 합리적이고 신중한 판단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다행히 제주교구 재가출가 교도들이 재건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말에 희망이 보인다. 

이 교무는 “분명한 것은 대형건물은 지양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훈련원이 건립되어야 한다”며 “명상과 관광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또한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연구돼야 한다”고 말한다.

훈련원 가족뿐만 아니라 제주교구 재가출가 교도들과 교단 선진들과 훈련원에 오신 모든 인연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이 교무. 누구나 이 좋은 자연 속에서 언제든 쉬어 가도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훈련원을 바라보니 떠나기 아쉽다.

[2019년 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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