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일연 교도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지난 10월23일 국내 최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동물자유연대와 MOU를 체결하고 케이지 프리(Cage-free)를 선언했다. 협약에 따라 스타벅스는 향후 10년 이내 자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달걀(알란 및 액란 포함)을 케이지 프리 달걀로 전환하게 된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주력 상품이지만, 다양한 케익류, 샌드위치류, 식사류를 판매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달걀의 95% 이상이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배터리 케이지 사육방식은 대표적인 ‘공장식’ 사육 시스템이다. 산란계 한 마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A4 한 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0.05㎡에 불과하다(개선된 케이지는 0.075㎡). 오직 달걀의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닭’이라는 동물이 가진 정서적, 육체적 욕구(홰에 오르기, 쪼기, 모래 목욕하기, 둥지 만들기, 날개 펴기 등)를 전혀 표현, 충족할 수 없는 환경으로서 평생 ‘서 있기’ 밖에 할 수 없다.

닭은 모래 목욕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한데, 이것이 불가능한 배터리 케이지 환경에서도 철사로 만들어진 케이지 옆면, 바닥 등에 몸을 비벼 깃털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철창 너머에 있는 사료를 먹기 위해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밀어 철사에 마찰하는 경우가 많아 고통을 유발하고 깃털이 빠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마취를 전혀 하지 않은 채로 부리 자르기와 같은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으며, 과도한 밀집으로 인한 산란계 닭들의 스트레스, 서열 싸움과 함께 갇혀 있는 닭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며 동족을 서로를 죽이기도 하는 카니발리즘이 발생하기도 한다.

케이지프리 달걀은 이렇게 케이지에 갇혀있지 않은 평사 또는 방사 환경에서 키워진 닭들이 생산한 달걀을 의미한다. 만약 스타벅스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현재 규모로 봤을 때 매년 약 4만 7천여 마리의 암탉들이 비좁은 철장을 벗어나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벅스 한 기업의 케이지프리 선언으로 매년 약 5만 마리의 가까운 닭들이 철장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향후 케이지프리 운동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업계 선두를 달리는 스타벅스가 케이지프리를 선언한 만큼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들도 더이상 케이지프리에 대한 요구를 무작정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에도 케이지프리 선언기업이 2017년 250여 개에서 2018년 300여 개로 2019년 10월 말 현재 430여 개로 빠르게 늘고 있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수급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던 기업들도 동물복지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흐름의 변화에 따라 하나, 둘 선언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미국에 비해 운동의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풀무원과 스타벅스, 서브웨이, 메리어트호텔, 포시즌 호텔&리조트가 케이지프리를 선언했고, 시민과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그 수는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닭들의 케이지 문을 열어 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케이지를 나선 닭들이 자유롭게 모래 목욕을 하고, 홰를 오르는 모습을 본다면 그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7천만 마리 정도의 산란계가 키워지고 있다. 이들이 비좁은 케이지를 나와 자유로운 삶을 사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여의도교당

[2019년 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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