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지난 11일 오전에 홍콩 경찰이 시위 참가자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시위는 한층 격화되고 있다. 홍콩은 사실상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홍콩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홍콩은 본래 중국 영토였으나, 19세기 중반 영국과 중국(청나라) 간의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패하면서 영국에 할양 됐다. 그것이 1997년 7월1일에 다시 중국으로 반환됐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고, 홍콩은 자본주의 체제라 1국 2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따라서 홍콩은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되 국방, 외교 권한은 본토인 중국이 갖게 됐다.

홍콩 시위의 시발점은 ‘범죄인 인도 조항’과 홍콩 주민의 경제적 어려움이다.

첫째 ‘범죄인 인도 조항’은중국에 반대하는 인사를 본토로 송환하게 되면 홍콩의 자치권을 위협하고, 시민들의 정치적 자율권을 박탈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둘째 중국의 자본이 들어와 물가가 폭등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하면서 젊은이들의 미래가 어두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시민의 기본권이 위협받고, 주차장 차 한 칸의 원룸 얻기도 어려운 세태에 대한 절망감으로 목숨을 건 시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홍콩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첫째 사실과 진실을 구분해 보는 눈을 가지고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많은 언론은 홍콩의 격렬한 시위와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청률과 특종 경쟁에 눈멀어 언론의 본분을 잃어버린 뉴스장사꾼이 쏟아내는 선정적 뉴스와 유튜브 가짜뉴스를 골라내는 지혜의 눈으로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현상을 섣불리 단정 짓지 말고,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사회현상으로만 보지 말고 인도적 관점으로 보자. 정치적, 경제적 자주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근현대사를 지나면서 외세와 국가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시대는 지났다. 누구도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지키는 자주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세계는 정치, 생태, 문화, 경제 모든 것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미 하나의 공동 운명체다. 그렇다면 홍콩 시위를 다른 나라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지금의 홍콩 시위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너무나 닮았다. 홍콩 시위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개사해서 시위 노래로 사용하고, 한국인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민주화를 실현해 가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 역시 앞선 이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신들의 기본권리를 지켜나갈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희망은 구하지 않는 이에게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동창원교당

[2019년 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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