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윤 교무

[원불교신문=최정윤 교무] 오늘도 어제같이 만나는 모든 인연에 든든한 도움이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길 희망하며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이니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누구를 대하든 항상 은혜의 소종래를 잘 발견하여 감사보은하자고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꼭 좋은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서로 사귀는데 그 좋은 인연이 오래 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유념할 자리에 유념하지 못하고 무념할 자리에 무념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사람이 유념할 자리에 유념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방면으로든지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입고도 그 은혜를 잊어버리고 혹 은혜 준 처지에서 나에게 섭섭함을 줄 때 의리(義理)없이 상대하는 것을 말하며, 무념할 자리에 무념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방면으로든지 남에게 은혜를 준 후에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다. 때문에 은혜 입은 사람이 혹 나에게 잘못할 때에는 전에 은혜 입혔다는 생각으로 더 미워하는 마음을 일어낸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이러한 원리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좋은 인연이 오래 가지 못하고 도리어 원진(怨瞋)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이치를 잘 알아서 유념할 자리에는 반드시 유념하고 무념할 자리에는 반드시 무념하여 사람이 서로 사귀는 사이에 그 좋은 인연을 오래오래 유지하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흔히 새해가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복을 짓고 받으라고 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가끔은 누군가로부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거나 도움을 받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복 받으세요’라는 말을 쉽게 건네곤 한다.

정산종사는 복을 지어야 복을 많이 받는 이치를 누구나 다 알지만 그 복을 어떻게 지을까에 대한 생각이 없음을 주의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복을 받는 이상 반드시 복을 지어야 하는데 복을 조금밖에 짓지 않고 복을 많이 받으려는 것은 인과를 거스르는 행위라 한다. 일반적으로 범부들은 복을 조금 짓고 또 지은 복에 지었다는 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칫 재앙의 밑천이 될 수 있으므로 복을 잘 지으라고 당부한다. 또한 도인은 복을 받는 가운데 끊임없이 복을 닦아 한없는 복을 얻고, 범부는 조금 지은 복을 받으면 거기에 탐착하거나 오만하여 타락하는 수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복도 잘못 이용하면 도리어 재앙의 밑천이 되고 재앙도 잘 이용하면 도리어 복의 밑천이 되는 이치를 알아서 복을 잘 활용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치를 잘 알아서 미래의 복락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복을 짓는 중에도 국한 없는 마음으로 정신·육신·물질 세 방면에 있어서 널리 그 공덕을 심어서 몇 배 더 큰 복이 돌아오게 하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것이다.

/원광보건대학

[2019년 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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