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1년 경산종법사가 강조한 교단 경륜이 원기104년 전산종법사에 의해 다시 강조되고 있다. 경산종법사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마친 그해 11월 출가교역자 총단회에서 원불교100년 이후를 전망하며 네 가지 열쇠말을 제시했다. 훈련 강화, 교화 다변화, 인재 발굴 육성, 세계 교화 개척이 그것이다. 교단의 앞날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응축된 부촉인 것이다. 교화 다변화를 강조한 경산종법사의 법문에는 100세 시대와 사이버교화에 대한 재가 교도들의 적극적 역할을 권유하고 있다. 

이보다 먼저 언급된 내용은 다문화교화였다. 급증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교단적 대응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심지어 수위단원들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활동하라고 주문하며 교화 다변화에 대한 다급함을 표하기도 했다.

교화 다변화의 주문은 교화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의 촉구로 보아야 한다.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교화에 대한 경책이기도 하다. 우리 교단은 교육, 복지, 문화, 산업, 훈련 등의 활동 모두를 교화로 보고 그에 걸맞게 활동해왔다. 교단의 건강한 성장을 이끈 스승님들의 경륜 덕분에 여러 분야에 걸친 고른 성장을 이룬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급변하는 교화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교화 다변화’의 본의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보자. 

첫째, 세상의 고통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절망의 울부짖음과 우리 사회의 문제들 속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단이 커져서 그런지 교단 내부의 문제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 문명과 사회의 여러 문제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교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새로운 교화 시도를 지원해야 한다. 현재의 교화는 구태의연하다. 교화의 내용과 방법이 정체되어 있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화자들이 있다. 자발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교도 모임과 단체들도 있다.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경직된 교화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현재의 교화 시스템에서 다문화교화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교구와 교당으로 편제된 경직되고 영세한 시스템으로는 시도조차 어렵다. 오래도록 요청된 청소년전용교당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교화 구조로는 해내기 힘들다. 

하고자 하되 안 되는 데는 반드시 그 이유와 원인이 있다. 그것을 파악해서 극복해야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 인과의 이치이다. 교화 다변화를 하려면 교단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2019년 12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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