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익 원로교무

[원불교신문=오광익 원로교무] ‘은(恩)’이라는 글자 자체가 심광지의(深廣之意)가 있기 때문에 항목을 설정하여 해설을 해 보려 한다.

은이란 형성문자(形聲文字)이면서 회의문자(會意文字)이다. 즉 형성문자란 음(音)을 나타내는 因(인→은)과 마음(心)으로 도와준다는 뜻을 합해 ‘은혜’를 받음을 뜻한다. 인(因)은 의지(依支)하는 일, 은(恩)은 의지가 되는 마음(心)→사람을 소중히 다루는 일, 본디는 惠(자비를 베풀다)와 같은 뜻이다. 또한 회의 문자란 恩자는 ‘은혜’나 ‘온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恩자는 因(인할 인)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因자는 침대에 大(큰 대)로 누워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로 인하여’나 ‘의지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의지하다’라는 뜻을 가진 因자에 心자를 결합한 恩자는 ‘의지(因)가 되는 마음(心)’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恩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은혜’나 ‘온정’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각종 문헌에서는 은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1. <설문해자>에서는 “은은 은혜이다(恩 惠也)” 하였는데 그 의미는 바로 정의(情意)이요 후대(厚待)이며 감사(感謝) 등이다. 2. <정자통·심부>(正字通·心部)에서는 “은은 사람이 자기를 은혜롭게 함을 느껴 말하기를 ‘은혜롭다 하니라’(恩 感人惠己曰 恩之)”라 하였으니 곧 감은(感恩)이다. 3. <광운·훈운>(廣韻·痕韻)에서는 “은은 은택이며 은혜이라(恩 恩澤也 惠也)” 

위에서 은에 대해 고전에서 말한 비를 몇 개 들었지만 엄밀히 말해서 “은은 은일 뿐”이다. 이 은의 사전적인 ‘은혜·인정·온정·혜택·사랑하다·감사하게 여기다’는 등의 의미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은에서 나타나는 미미한 영자(影子)이요 애진(埃塵)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종사는 은에 대해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고 설정했다. 즉 ‘하늘이 없다, 땅이 없다, 바람이 없다, 비가 없다, 공기가 없다, 음식이 없다’는 등등, 만일 없는데 살 수 있다는 것은 언불가설(言不可說) 곧 말로써는 가히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주역·계사전>(周易·繫辭傳)의 공자 말씀에 “서부진언(書不盡言) 언부진의(言不盡意)”라 했다. 즉 ‘글은 말을 다 할 수 없고, 말은 뜻을 다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은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것이 아니라 은으로써 베풀고(以恩施之), 은으로써 보며(以恩見之), 은으로써 생각하고(以恩思之), 은으로써 말해야 한다(以恩言之). 

송(頌)하기를
물리선은입(物裡先恩入) 만물 속에는 먼저 은이 들었고
이중역시여(理中亦是如) 이치 가운데도 또한 이와 같아라
이언기의설(以言其意說) 말로써 그 뜻을 설명 한다는 것은
섬영사공서(閃影似空舒) 번쩍이는 그림자 허공에 펼침 같으리.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19년 12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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