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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수양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 ‘수라밸’
[설교] 수양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 ‘수라밸’
  • 박세훈 교무
  • 승인 2019.12.05
  • 호수 19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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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훈 안암교당 교무

아침저녁 수양시간,
수양과 개인의 삶 사이
균형 위해 최적화된 시간

수양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마음 챙기고 미리 연마해야
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요즘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원불교의 입장에서 수양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수라밸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상시응용주의사항 5조 공부는 수라밸입니다.

세상에서 워라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과 생활이 균형이 맞을 때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수라밸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양과 개인의 삶이 균형이 맞을 때 진정으로 행복해집니다. 워라밸은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직장에서 일하던 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늘리든지 아니면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리든지 하여 개인적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불교의 수라밸은 좀 더 차원 높은 균형입니다. 외형적인 시간의 확보 뿐 아니라 확보된 시간의 질적 활용까지 고려했습니다. 

워라밸을 통해 아무리 개인적인 시간이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힘이 없다면 확보된 시간이 가족과의 다툼이나 잡기를 하는데 사용되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저녁이나 새벽에 염불이나 좌선 등 수양을 하라는 것은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라 또는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사람에 지친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며 다음 날을 힘차게 살아갈 정신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함입니다.

상시응용주의사항 5조의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왜 저녁과 새벽에 염불과 좌선을 하라고 하셨을까요? 생업을 도외시하고 염불과 좌선만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고 생업이 바쁘다고 염불과 좌선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낮에는 생업을 위하여 충실히 활동하고, 일을 마치고 잠자기 전과 일을 시작하기 전인 아침에 온전한 근본정신을 반드시 기르게 하신 것입니다. 

아침과 저녁에 수양을 하는 것이 수라밸 즉 수양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위해 최적화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환경도 고요하고 하루 일도 끝마쳤으므로 일심을 만들기 쉽고 마음도 빨리 고요해지는 것이며, 새벽에는 외경도 고요할 뿐 아니라 잠을 잘 자고 난 끝이므로 고요하고 온전한 마음이 바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상에 말한 것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조석 이외에는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마음을 비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각산 신도형 종사님께서는 밤기운을 함양하는 것은 수도인의 일과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맹자는 존야기(存夜氣)로 말씀하셨습니다. 

야기(夜氣)란 사물과의 접촉이 없는 따라서 물욕이 일어나지 않는 야간의 평정하고 맑은 기상을 가리킵니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지 않게 된 것은 마치 산에 나무가 지나치게 베어지고 소와 양의 먹이가 되어 마침내 민둥산이 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습니다. 즉 산이 본질적으로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산이 아니라 외적인 힘에 의해 현재 나무가 없는 것과 같이 인간도 일상생활 속에서 외물과의 접촉을 통한 물욕에 의해 본성이 상실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무를 지나치게 많이 베는 것이나 소나 양의 출입을 통제하면 산에 나무가 다시 자랄 수 있는 것과 같이 인간도 물욕을 제거함으로써 본성을 회복할 수 있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이 야기(夜氣)의 보존 즉 존야기(存夜氣)입니다. 밤에는 피경하고 육근문을 닫는 것입니다. 덜 보고 덜 생각하고, 덜 말하고, 덜 먹고 우리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게 육근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세정을 살펴서 편리를 봐주기보다는 대종사님의 뜻을 헤아려야 상시 훈련이 살아납니다
법타원 김이현 종사님이 처음 교당에 나갔을 때는 교도님들이 아침 좌선을 나오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당에 나오시라고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고 집에서라도 하시라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법타원 종사님보다 훨씬 뒤에 부임하신 훈타원 양도신 종사님께서는 교도들에게 아침에 좌선을 나오지 않는다고 꾸중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교도님들이 차츰차츰 아침 좌선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법타원  종사님께서는 ‘역시 교도님들은 교무가 지도하기에 달렸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훈타원  종사님께서 자꾸 꾸중을 하시니까 남녀 대중이 ‘웬만하면 교당 나와서 좌선을 해야지, 대체 내가 집에서 선을 하면 시늉만 하지 얼마나 하겠는가’ 싶어 교당에 나와 선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시고 서로 세정을 살펴서 편리를 봐주기보다는 대종사님의 뜻을 헤아려야 상시 훈련이 살아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교당에 좌선을 나오라는 의도는 아닙니다. 교도님들 간에 서로 수양을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일의 특성이나 체질상 새벽에 좌선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밤이나 낮에 해보되 차차 새벽에 맑은 기운에도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 정도는 형편에 맞게 변형해서 적용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원칙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칙을 향해서 가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수양의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식 때문에 과음을 하거나 또는 과식을 하거나 직장이나 가족 그리고 친구와 큰 다툼이 있었거나 설이나 추석 그리고 휴가 등으로 인해 수행의 리듬이 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미리 연마하고 마음을 챙겨서 수양의 리듬이 가능한 적게 깨지는 방향으로 일을 하고 시간을 조절해서 못 챙겼던 수양시간을 다른 시간에 보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수양시간의 총량 즉 일정량의 수행 시간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한번 깨진 수양의 리듬을 회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양이라는 것은 쌓기는 어려워도 흩어지기는 쉽습니다. 매일 매일 힘들게 쌓은 좁쌀 같은 영단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정신의 번거로움을 제거한 상태에서 염불과 좌선을 해야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념할 사항은 염불과 좌선은 살림에 대한 일을 다 마치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일로 인한 정신의 번거로움을 제거한 상태에서 염불과 좌선을 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살림에 대한 일을 다 마치지 않고 염불과 좌선을 하면 일이 마음에 걸려서 잡념이 많아집니다.

저도 화요일에 수요마음공부방 설교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수요일 아침 좌선 때 자꾸 설교 연마를 하게 됩니다. 또 하나 살림에 대한 일을 다 마치고 수양시간을 가지라고 한 이유는 일을 하다보면 마음이 요란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글러져서 마음에 중생심의 흔적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저녁이나 아침시간에 비워내지 못하면 찌든 때가 되어서 나중에는 좌선과 염불을 통해 비우고 지우려고 해도 쉽게 비워지고 지워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염불과 좌선을 통해 비우고 지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수양은 취미활동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왜 수양을 하는지, 내가 왜 교당을 다니는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본래 목적은 잊어버리고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교당을 다니는 것이고 행복하기 위해서 수양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열심히 수양을 하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방법이 잘못되었든지, 고(苦)가 변해서 낙이 될 고(苦)의 상황 즉 발전을 위한 괴로움에 있는 것이든지, 목적 없이 자각 없이 습관적으로 한다든지 셋 중에 하나일 것 같습니다. 고(苦)가 변해서 낙(樂)이 될 고라면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받아들이시고 만약 방법이 잘못 되어 있거나 목적 없이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주변 동지나 스승과 문답을 나누시거나 서원을 다시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수양과 개인 삶의 조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12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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