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속 수행
4차 산업혁명 ‘영적인 대응’ 필요
문화, 상담, 명상 분야 주도
시대에 맞는 ‘업데이트’

정도연 교무

[원불교신문=정도연 교무] 2040년 4월 어느 주말 아침 6시, 서울에 거주하는 일원씨는 스마트 홈에 설정한 경종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웨어러블 기기가 심박수, 혈당을 체크한다.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 간단히 세면을 하는 일원씨에게 인공지능 ‘원음’이 오늘 스케줄과 함께 입고 나갈 옷 코디, 건강 상태를 조언해 준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친 일원씨는 거실로 이동했다. 자신이 다니는 교당의 아침 수행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니 곧바로 가상현실에 접속된다. 주위는 이내 자신의 거실이 아닌 교당 법당이 된다. 지도교무인 인공지능 교무의 친절한 수행지도가 이뤄진다. 수행을 마친 후에는 간단한 일상생활 상담도 가능하다. 

4차 산업기술이 완전히 자리매김했을 20년 뒤 한 교도의 일상과 수행생활에 대한 예상도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대중화되면 세상은 자신만을 위한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할 것이다. 특히 노동 시간이 줄고, 자신을 위한 시간들이 늘어나는 생활변화는 종교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삶의 성찰과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성찰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 환경과 생활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문화와 정신수양이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정신, 마음, 수양 분야는 원불교가 선도할 수 있는 분야이다.  

몇 해 전 세계 경제 포럼에 참가한 한 성공회 대주교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임박한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대응이 아니라 ‘영적인 대응’이며, 이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원불교도 이 같은 관점에 주목해야하며,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과  연구가 절실한 때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세 가지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 치유상담, 그리고 명상분야이다. 

문화는 삶의 양식을 결정하기도 하고, 삶의 과정에서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상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문화부터 진선미를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문화는 다양한 양태로 형성되고 있다.

원불교는 이런 다양한 영역들 중에서 삶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미술과 음악, 향기와 식음료, 건강에 필요한 요가, 그리고 웰빙과 힐링을 위한 명상과 수행 등 정신문화를 이끌어갈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필요하다. 대종사는 100년 전에 이미 당시의 문화 전통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법을 세우셨고, 그 가르침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정신적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 교단은 새로운 문화 전통을 만들어가고, 치유를 위한 상담법을 모색하고, 현대인들의 바람을 수용할 수 있는 명상법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대종사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깨우친 뒤 이를 응용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농업혁명이 산업혁명을 낳았듯이 산업혁명은 정신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가치관, 삶의 방식, 생활환경 등이 모두 바뀌면서 인류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종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종교는 소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하고, 자기 쇄신이 있어야만 존재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19년 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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