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교도, 단순히 교육과 훈련 대상 아닌
교단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화의 한 축

재가교역자 역할의 명분과 당위만 이야기할 뿐,
양성 과정과 이에 따른 관리 시스템이 없어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재가교도를 단순히 교육과 훈련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교화 정체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교단 의사결정 구조에 재가교도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교화의 한 축으로서 주체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훈련하는 등 재가교역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적극적인 제도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취지를 담고 재가교역자 제도에 대한 두 번째 기획으로 기존 연구를 통해 본 교역자 문제, 교법의 관점에서 본 교역자제도 등을 짚어본다. 
중앙교의회 만만대소회에서 교구교의회 의장, 중앙총부 각 사업회장, 중앙총부 산하 기관장 및 중앙단체장 등 재가대표로 구성된 중앙교의회 의원 120여 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기존 연구를 통해 본 재가교역자제도  
1) 수위단사무처, <분석과 전망>제19호, “재가교역자 훈련 과정”(원기82년 12월, 박인해 교무) 

이 연구는 교화침체의 주요 원인을 ‘재가교역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데서 찾고 있다. 교단의 현실을 돌아보면 재가교역자에게는 직책만 주어졌지 직무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훈련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가교역자 활동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안한다. ① 임명 전 훈련과 임명 후 재훈련의 강화 ②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무의 의식변화 및 훈련 강화 ③ 전 교도를 대상으로 한 교화력 배양 훈련 실시 ④ 각 지구별 재가교역자 훈련의 상시 운영 ⑤ 장기적 계획을 통한 훈련의 체계화 및 지속화  

2) 수위단사무처, <분석과 전망>, 제 31호, “전무출신 제도 개선방안 연구”(원기90년 연구 발표, 총무법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김경일, 박정원, 백인혁, 성명종, 이상선 - 요약 책임 및 발표 : 박정원 위원)  

이 연구의 핵심 주장은 재가출가 교도가 함께 참여하던 교단 초기의 제도적 운영방식을 창조적으로 복원하여 디지털 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한 교단운영의 틀, 즉 전무출신과 거진출진을 중심축으로 하는 단순하고 균형 잡힌 구조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연구의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현재 교단의 출가교역자들이 피로누적, 선후진 간 유대감 약화, 교단 내 소외집단의 증가와 무관심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해법을 초기 교단의 모습에서 찾는다. 

교단 초기에는 출가와 재가의 구분이 없었고, 전무출신의 문호도 개방되어 있었다. 재가출가 교도가 교단운영에 함께 참여했던 기능적 보완의 대원칙을 오늘날 변화된 교단 내외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되살려 낼 것인가. 우선 전무출신제도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혁신과제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① 현 인력구조의 재편을 통해 교화인력 비율을 높여 가야 한다. 각 근무지 별 형태에 따라 각각 개인의 역량과 능력을 재평가하고 근무자들의 만족도와 성취도, 적성과 잠재능력을 파악하여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교단의 주요 부서에 대한 직무분석이 선행될 때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② 인력의 탄력적 수급을 위해 중앙총부와 교구의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 교구에서는 인재 발굴과 지역배치를 담당하고 중앙총부에서는 교육과 인력 수급 계획을 담당해야 한다. ③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발굴-교육-관리’의 부문별 업무를 주무부처에서 일괄 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3) 수위단사무처, <분석과 전망>, 제32호, “원백을 향한 재가교역자제도 개선방안”(원기91년연구 발표, 총무법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김경일, 박정원, 백인혁, 성명종, 이상선, 장오성 위원 - 요약 책임 및 발표 : 박정원 위원) 

90년도 연구의 후속으로 이루어진 이 연구에서는 재가교역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용을 보면 우선 재가교역자에 대한 법규의 보완 및 제정을 통해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활동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거진출진의 선발, 교육·훈련, 처우 등에 관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결국, 교화침체를 극복하고 역동적인 교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행 전무출신 제도의 재검토와 거진출진 제도의 활성화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의식조사를 통해 본 교역자제도
원불교정책연구소가 원기94년에 실시한 ‘출가교역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총 64개의 혁신과제 중 출가교역자 관련 범주에 속하는 과제들이 20위권 안에 5개나 들어있다. 특히 예비교역자 관련 항목은 90%대의 절대적 관심이 드러나고 있어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 개선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교역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 욕구도 80%를 상회하는 공감 수준을 보이며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새미르통신 12호) 

동일한 조사에서 재가교도 관련 범주에서는 20위권에 진입한 항목이 단 하나도 없다(주로 50위권으로 밀려남). 또한, 개별 사안에 대한 공감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결과 자체가 교단의 재가교역자에 대한 인식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원무제도의 활성화나 재가단체의 사회적 활동력이 교화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재가교도를 단순히 교육과 훈련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교화 정체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교단 의사결정 구조에 재가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교화의 한 축으로서 주체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출가교역자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법적 관점에서 본 교역자제도의 문제점
출가자 위주의 교단운영을 들 수 있다. 교단은 교법적으로 재가자와 출가자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부와 사업의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을 뿐이다.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 교당 교의회, 교구 교의회, 중앙교의회 등의 회의체 역시 재가와 출가를 균형 있게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교단 운영의 현실은 출가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사실이다.  

재가교역자 양성 제도도 살펴봐야 한다. 초기 교단의 경우 동하선을 통해 인재를 양성했고 재가와 출가의 차별이 없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노동하며 교단의 주역으로 커나갔다. 그러나 교단이 성장하면서 출가교역자 중심의 교단운영 체계가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인재양성도 출가교역자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교단의 인재양성 기관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영산선학대학교, 원불교대학원대학교,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등이 있는데 모든 정규 교육기관들이 출가자들을 위한 것이다. 반면, 재가교역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은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의 온라인 시스템이다. 각 지역별 훈련원의 경우에도 재가교역자 양성을 위한 전문적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곳은 없다. 결국 교단적으로 재가교역자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시스템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출가 중심의 교화가 한계에 달한 오늘의 현실을 돌아볼 때 재가와 출가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인재양성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가와 출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 대종사의 교법 정신임을 유념해야 한다.

둥지골훈련원 김현욱 교무는 “현행 교단은 너무 출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 교화는 출가교무의 전유물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교도들이 마음을 내 원디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더라도 이후 역할이나 대책이 없다. 재가교역자 역할의 명분과 당위만 이야기할 뿐, 양성과정과 이에 따른 관리시스템이 없다”고 재가교역자 제도의 문제점을 들었다. 김 교무는 “법의 훈련 체험이 있어야 재가교역자로서 거듭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기반으로 교리와 훈련이 겸비된 재가교역자 교육시스템이 중요하고, 이것이 재가교역자 양성과정과 교당 교화조직의 뼈대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가교역자 역할 확대
원기101년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다뤄진 ‘재가교역자 역할 확대’는 교화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의제 중 하나였다. 당시 총단회를 앞두고, 출가교화단 저단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원불교정책연구소는 수합된 의견을 정리해 내놓았다. 항단회에 올라온 내용을 정리해 보면 재가교역자 역할 확대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교당·기관운영의 투명성 확보, 교무의식의 전환 절실, 현행 재가교역자 역할 규정 준수 및 점진적 확대방안, 교육 필요, 급여지급을 통한 지속성 유지, 재가교역자 운영의 개선방향 등을 꼽았다. 

이에 따른 역할 확대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재가 진급 보장, 교정참여 부분 확대, 재가출가 교역자간의 수직적 구조 타파, 정보공개 필요, 2급지 이상 교당 재가총무 운용, 교당 규정상 역할 강화, 의사결정 구조에 재가의 참여폭 확대, 교화 및 행정보조와 법사 이상은 의식주례 기회 제공 등이다.

당시 주무부서는 “제반사항을 점검하고, 연구 및 토론을 거쳐 재가기관장 임면승인규칙, 원무규정, 재가교역자 인사임면규정, 교당규정, 교도회장, 부회장, 주무, 단장, 중앙, 원무, 순교의 역할 등을 정비해 나갈 것이다”며 “재가교역자 제도 연구의 목적은 사장된 교당 직책, 순교 주무 등을 시대에 맞게 개선해 교당 교화활성화가 되도록 재가에게 문호를 확대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교정원 새 집행부의 한 해 업무가 마무리되는 지금, 자문해 볼 일이다. 재가교역자 제도는 몇 걸음이나 진전했는가, 걸음의 의지는 있는가. 

[2019년 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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