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이제 휴대폰을 끄고,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 보세요.”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0회 ‘위즈덤 2.0(Wisdom 2.0)’은 초등학교 2학년인 타즈 에살렌의 깜짝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그 순간 힐튼호텔 유니언 스퀘어에 모인 25개국 2,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동시에 눈을 감고 명상에 들었다.

위즈덤2.0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열리는 명상 컨퍼런스다. 여기에 참석하는 대부분은 명상가나 수행자가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성공한 IT기업 출신의 CEO들과 교육 코칭 관계자, 건강과 웰니스 종사자, 변호사 출신들이 함께한다. 어떻게 2,500명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명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까?

‘소렌 고드해머’가 처음 이 행사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현대인은 일할 때나 쉴 때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통해 수많은 정보에 온라인 되어 있다. 그것은 마치 심지에 불이 붙어 기름이 고갈되는 등불과 같아서 우리의 정신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고드해머’ 역시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여유와 행복을 잃어버리고,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나에게 원하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가졌다. 그리고 그는 위즈덤 2.0을 통해서 ‘기술과 지혜의 만남’을 만들고자 했다. 첫 행사는 ‘마음챙김 이라는 가치가 기술과 비즈니스, 사회적 아젠다를 만나 세상을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그는 전통적인 불교의 지혜를 ‘위즈덤1.0’이라 한다면, 첨단의 기술과 ‘지혜’가 만나 서로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위즈덤2.0’이라고 설명한다.

‘위즈덤2.0’에 함께하는 또 다른 인물은 구글의 107번째 엔지니어 출신인 차드 멩 탄이다. 그는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의 저자로 유명하다. 구글 직원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체계적인 명상 메뉴얼을 만들기 위해 구글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 주요 신경과학자 및 심리학자, CEO, 심지어 선승들까지 불러 모았다. 결국 ‘내면검색’이라 불리는 백만 불짜리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7주간 프로그램을 경험한 구글 직원들은 삶의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감정조절 능력이 높아지고, 자신감과 인간관계, 업무력, 리더십 문제가 연쇄적으로 해결되면서 실리콘 밸리에서 명상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내년 3월19~20일엔 소태산 기념관과 지척인 노들섬에서 제1회 ‘위즈덤2.0-코리아’가 열릴 예정이다. 수천 명의 사람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명상하고, 세상의 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동참하여 시대의 물결을 체험했으면 한다. 세상에 종교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교화가 어렵다고 하지만, 국내외 대기업들도 직원들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명상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과거 종교적 틀을 벗고,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동창원교당

[2019년 1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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