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유엔세계평화의날 한국조직위원회는 2018년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나고야 한·일 평화심포지엄을 개최해 오고 있다. 본 행사는 한국 시민사회와 일본 지식사회 간의 대화를 통해 양 국가의 화합과 번영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됐다. 한국조직위원회가 한국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나고야대학이 일본 지식사회를 대표해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양 국가의 젊은 세대에서 노인 세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참여하고 있으며, 학계, 시민사회,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석하고 있다. 원불교 청년회에서도 청년대표를 파견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행사에 참여했다.

나고야에서 평화교류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일본 관계자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왜 나고야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일본 관계자들은 나고야는 매우 보수적인 지역으로써 한일 관련 행사를 추진하기에는 적합한 지역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경, 오사카, 또는 교토와 같이 한일 간의 교류가 열려 있는 곳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행사 개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현재 나고야 시장인 가와무라 타카시는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과 의사표명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에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나고야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 우호적인 비주류 일본인들이 아닌 주류 사회의 전형적인 일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경직된 한일관계의 주된 원인은 과거사 인식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차이인데, 이러한 인식의 격차가 커지는 것이 바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해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고야는 일본 열도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이치현의 중심도시로써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일본의 정서를 대표하기에 적합했다.

나고야에서 평화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또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한일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최자들 간의 연고나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나고야 사업을 추진할 때 그러한 것들이 전혀 없이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한 관계자로부터 이번 행사로 인해 일본 사회에서 ‘친한파’로 낙인찍힐까 봐 우려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들에도 불구하고 나고야대학과 함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일본 관계자들이 우리들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처음 그들과 한국에서 만났을 때, 그들은 우리의 제안서에 대해 “내용은 매우 이상적이나 계획이 구체적”이어서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면서 과거사에 대한 시비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우선시하자는 우리의 한일문제 해법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앞선 칼럼들에서 강조해 온 바대로 평화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말은 언뜻 보면 쉬운 일 같이 보일 수 있으나 한일관계에서는 그러지 못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한일관계이다. 우리는 얼마나 일본인을 이해하고 있는가. 

/한강교당·원광대학교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19년 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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