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에너지 소비자 넘어 생산자 되어야
정당한 환경비용, 화폐투표도 중요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대학연구실에서 만난 윤순진 교수(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장). 그와의 대화는 ‘환경정의’로 시작됐다. 부자와 가난한 자와의 사이에서, 강대국과 저개발국 사이에서, 현세대와 미래세대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평등한 상황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균형의 추를 맞추는 행동, 환경정의. 이를 키워드로 한참 동안 환경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눈웃음 선한 윤 교수와 ‘에너지 전환의 과제와 우리의 할 일’이 비중있게 다뤄진 본격 인터뷰, 그 실마리를 풀어본다. 


기후변화가 보내는 신호, 에너지 전환
대기 중 온실가스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산업혁명기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이었는데, 2019년 11월 현재 412ppm에 도달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서 온실효과가 과도하게 일어나고, 지표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많아지는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랜 기간 누적돼 지속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이산화탄소의 15~40퍼센트는 대기 중에 최소 1000년을 머무른다”고 전한 그는 지구상 화석연료의 전체 매장량을 다 태웠을 때 발생 가능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2조8900억 톤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온도 상승을 2도까지 한정하려면 1조 톤까지만 더 태울 수 있다. 2도는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목표다”는 그는 ‘제로섬 게임’을 각인시킨다. 

그는 “어떤 나라가 많이 배출하면 후대가 조금 배출해야 한다. 온도 상승을 2도까지로 한정하고 태울 수 있는 최대 탄소량을 ‘탄소 예산’이라고 하는데, 현재 알려져 있는 매장량 중 석탄은 82퍼센트, 가스는 49퍼센트, 석유는 33퍼센트를 채굴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탄소 예산을 넘어서지 않는다”며 에너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어간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퍼센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는 순 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한다.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 

1차 에너지 공급의 50~60퍼센트, 전력 생산의 70~85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고 전한 그는 “1.5도 목표달성은 정치지도자의 결단과 일반 시민의 동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가 요청하는 시대적 과제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현주소
세계가 왜 재생가능에너지에 주목하는지에 대한 윤 교수의 설명이 깊어졌다. 이 중 기업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다양한 변화가 주목됐다. 

그는 “월마트, 나이키, 스타벅스 처럼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사용 100퍼센트를 목표로 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 불리는 기업이 2015년 8개 기업에서 2019년 12월 현재 218개가 됐다. 이 기업들은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 부품 조달업체들에게도 100퍼센트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사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BMW, GM의 경우 배터리를 아웃소싱하는데 우리나라의 삼성SDI나 LG화학에 배터리를 100퍼센트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고 최근 기업 상황을 말했다. 수출지향적인 우리나라 산업으로는 이런 변화에 부응하지 않으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짚었다. “우리나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평균에 비해 높다.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연료 연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다”고 전한 그는 “2015년 파리에서 21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기 전인 6월 말에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전망치 대비 37퍼센트 줄인다고 선언했다. 다른 국가들의 감축 목표가 우리나라 정도 수준이라면 세계 평균 기온이 3~4도가량 올라갈 정도로 목표가 불충분한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현실을 인식시켰다. OECD는 이 정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마저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는 뜻이다. 


정당한 환경비용과 화폐투표
윤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전체적인 에너지 이용방식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나아가 에너지를 보는 관점과 생활방식의 변화까지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우리 스스로의 에너지 소비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비용을 부담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이를 ‘정당한 환경비용’이라고 말하는 그는 시민들의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에너지 낭비 없는 알뜰한 소비생활, 스스로 에너지 소비자를 넘어 에너지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효율적인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음을 인식하고 정당한 환경비용을 지불할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는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우리의 할 일’을 분명하게 안내한다. 여느 강단에서든 그는 이 대목에서 더 진중하다. 

“실천활동을 넘어 시민이 해야 할 일 중 첫째는 시민으로서 투표를 잘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에 관심 있는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한다. 이들이 제도와 법, 정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투표야말로 사회변화를 위해 중요한 행위임을 말하는 그는 두 번째로 ‘화폐투표’를 강조한다. 

“우리는 시민이자 소비자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지갑을 여느냐, 즉 어떤 제품을 구매하느냐가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효율적인 제품, 생산과정에 에너지가 덜 투입된 제품, 이동 거리가 짧아서 수송 과정에 에너지 소비가 적은 제품 등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을 구매한다면, 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더욱 성장하게 된다.” 그는 이런 행위를 경제투표 또는 화폐투표라고 말한다. 정치투표가 4, 5년 만에 하는 것이라면 화폐투표는 매일, 매시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환경에너지 단체 후원을 당부한다. “환경에너지 문제의 해결이라는 공익활동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 생계 걱정하지 않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재능기부를 통해 그런 활동들을 함께 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시민의 가치 변화로부터, 삶의 변화로부터, 실천을 통한 변화의 모색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그와의 인터뷰는 에너지 소비자인 내게 현명한 실천을 다짐하게 했다. 태양광을 최대한 살려 쓰는 그의 연구실도 여전히 마음에 품어져 있다. 

[2019년 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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