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교무

[원불교신문=김원일 교무] “교무님, 저 군대 다녀올 때까지 이곳에 계셔야 해요. 다른 데 가시면 안 돼요.” 어양교당에 부임한 첫 해 만났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3년 더 연장해서 6년은 살 테니까 너희들이나 교당에 계속 나와.” 그때는 몰랐다. 교당에 유임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껏 4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는 주임교무님은 나의 추천교무님이기도 하다. 첫 임기 3년을 채웠을 무렵, 교정원 총무부에서 인사이동서를 작성하라는 공문이 왔었다. 주임교무님은 나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른 곳을 지원해도 좋지만 어느 정도 잘 해왔으니 한 번 더 같이 해보자”고 권하셨다.

그동안 살아봤던 나의 경험상 특급지 교당에서 두사람이 근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만약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면 이곳에 두 사람이 발령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군대갔다가 다시 만나자던 녀석들이 생각났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간 한 학생과 통화를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교무님은 이곳에 3년을 살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나 없어도 제대하면 교당 잘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전에 분명히 6년 산다고 해놓고 이동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다른 데 가지 말고 3년 더 계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호기롭게 내뱉은 말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나는 그 학생이 ‘교무님 안 계시면 교당 안 나갈 것이에요’라며 강하게 강조하는 모습에 속으로 무척이나 흐뭇했다.

그때 고3때 처음 만났던 다섯 명이 하나둘 제대하면서 지금은 청년법회에 나오고 있다. 그 밑으로 있던 학생들 가운데에는 현재 군 복무중인 친구도 있고, 이제 곧 입대를 앞둔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은 고3으로 처음 만났던 친구들처럼 “면회는 못 오더라도 전화는 자주 해주시고, 제대해서 돌아오면 교당에 꼭 계셔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현시점에서 나에게는 아직 임기가 2년 정도 여유가 있으니 ‘교당에 남아있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모습을 지켜봐 온 주임교무님은 “어찌 되었든 청소년 담당교무가 오래 지키고 있어야 청소년교화가 된다. 그 아이들을 스승으로 알고 잘 대해주라”고 당부했다. 맞는 말씀이다. 저 학생들이 교당에 나오기 때문에 내가 교무라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살 수 있으니까.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청소년교화에 전혀 준비없이 부임했던 내가 난관에 부딪쳐 어려움에 빠졌을 때 결석 없이 법회를 참석하며 인연을 맺은 친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곧 12월 중순이면 고3 마지막 멤버가 제대해서 교당으로 올 예정이다. 그 친구들과 한 약속이 있다. 제대한 친구들과 함께 전투복 입고 단체사진 찍기였다. 내 전투복을 어디에다 뒀더라.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 친구들과 또 어떤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고 설렌다.

/어양교당

[2019년 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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