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4년 12월15일 중앙총부 법회 후, 지난 9일 열반한 주산 김우중 명예대봉도의 추도식을 가졌다. 필자는 고인과 약간의 인연이 있기에 이미 명복을 기원 올리고 있다. 고인의 열반 비보를 접하면서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읽어본 사람은 세계를 무대삼아 동분서주 하던 고인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전산 종법사는 이 추도식 법문에서 사회적 공헌과 교단과의 인연 등에 관하여 잘 언급하고 있다. 宙山 김우중 명예대호법의 열반은 온 국민의 슬픔이며 아픔이라고 전제하고 한국 산업사의 중심에서 이 나라의 산업화를 이루어낸 위대한 기업인임을 밝혔다. 또한 세계 각지로 남 먼저 달려가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힌 개척자적인 발자취를 남겼다고 했다. 기업현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을 통해 1000여명의 청년사업가를 배출하여 생의 마지막까지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심을 높게 평가 했다.

특히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종사와 사제의 연을 맺고 “큰 집 큰 일꾼으로 세계를 한 집안 한 살림 삼는 기업인 되라”는 부촉의 말씀과, 宙山이라는 법호를 받으셨고, 기업인으로서 국가와 사상의 울을 넘어 공동시장을 개척하여 공생공영을 위해 합력하자는 대산 종사의 법문을 받들고 교단의 공익사업에 크게 합력하셨으니 고인의 공덕은 교단의 무궁한 역사와 함께 할 것이며, 법신불 사은의 한량없는 광명과 은혜가 영가와 함께 할 것이라고 하고, 태어나면 가고 가면 오는 진리에 의하여 떠나시게 되었으니 그동안 지친 심신 청정한 법계에서 편안히 쉬셨다가 인연 따라 다시 오시어 인류의 큰 스승으로 큰 일 하시기를 대중과 함께 심축 드렸다.

『대산종사법문집』에 의하면 고인에 대한 말씀이 35회에 걸쳐 나옴을 볼 때 대산 종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간간이 찾아뵙고 법문을 받들어 기업에 지친 심신을 추스렸을 고인의 맑고 밝은 모습이 떠올랐다. 원기79년 3월 24일, 대산종사는 대우그룹 창립 29주년을 맞은 김우중 회장에게 한편의 법문을 보냈다. 그 법문을 요약하면,

 

주산(宙山)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회장

대우 창설 29주년을 계기로 하여 온 국민과 온 인류의 기념비가 될 수 있는 발전의 한 해가 되기를 법신불 사은님의 큰 가호 함께 하기를 거듭 염원하는 바입니다.

주산 회장이 원불교와 나와 인연을 맺은 후로 지금까지 나는 숙겁의 불연이었음을 깊이 느꼈으며, 날이 갈수록 법정이 두터워집니다. 주산이 공적으로는 대우 회장이나, 사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내가 부자지정의(父子之情誼)가 건네었습니다. 또한 자주 마음에 챙겨지고 큰 인물로 세계에 큰일 할 것을 마음 깊이 염원하고 있었습니다.

주산에 대하여 나의 바램이 있다면 주산의 이름과 같이 우주인이 되어 우주의 중심으로 우뚝 솟아 역사에 길이 드러날 인물로 키우고자 하는 바이요. 그러므로 내가 주산이라는 호를 내릴 때에 그와 같은 깊은 뜻을 가지고 간절히 염원하였던 것입니다. 주산은 우주에 우뚝 솟은 산이니 온 인류와 일체생령과 만물의 주인으로서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그 주인은 고루 다 볼 줄 알고, 고루 다 들을 줄 알고, 고루 다 안을 줄 알고, 고루 다 덮고 실을 줄 알아서 항상 다 베푸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산은 항상 이해를 초월해 있으며 편협 되거나 원망이나 바램이 있거나, 나라는 상(相)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라는 상이 나타나는 그 순간 주산은 일시적으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주산은 나보다 선견지명이 있으므로 “세계가 지금 새 역사로 열려져 하나의 세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잘 알 것이며 또한 이에 대치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일에 대하여 나의 소견을 말한다면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천하대세가“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합심합력하여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지 아니하면 안 될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 눈앞에서 바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 역사의 창조는 누구도,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를 철견(哲見)하여 정당한 진리와 사상으로 이 대세를 잡아 인도해 줄 지도자가 부족하니 걱정입니다. 주산, 이 일은 도학 문명과 과학 문명을 겸비한 선각자가 이 일을 책임지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주산 회장, 우리 새 천지 새 세상의 새 질서를 이끌어 나갈 큰일 할 기회를 만났을 때 서로 손잡고 일하여 봅시다.

부처님은 십대제자와 1,250대중으로 공자님은 십철(十哲)과 72현(賢)들과 예수님은 십이사도 제자들과 손잡고 인류의 영원한 정신적 문명을 개척하였던 것입니다. 주산이 바로 그 일할 사람이요 그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우주의 우뚝 솟은 산으로서 주산이요, 이때에 다시 대장부로서 큰 욕심을 발휘하여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빛나고 거룩한 새 역사의 주인으로서 업적을 쌓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또한 대우 창설 29주년 기념을 뜻 있게 하고자 하여 이 글을 보내는 바입니다.

김가출가(金家出家)하니 우주가 한집안이요
우주가 높고 넓다 하나 나의 것이네
중도로 인류의 복전(福田)을 개척하니
주산(宙山)이어라 우주에 솟은 주산이어라.

원불교 종법사 대산 합장

 

이러한 법문에서 볼 때 대산종사의 고인을 아끼는 마음이 얼마나 지극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간절한 심법이 소통되어 고인은 교단과 원광대학교에 정성을 다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원광대학교에는 「주산장학재단」이 만들어져 운영되었다.

필자는 고인을 군산 대우자동차 공장에서 뵈온 적이 있으며, 특히 필자가 원광대학교 기획조정처장 직에 있을 때 추진한 「도립 군산의료원」위탁운영권을 받을 무렵 고인이 군산에 「대우의료원」을 설립코자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을 통하여 정황을 설명한 결과

병원 설립 계획을 철회한 일이 있다. 또한 고인의 셋째 형인 김덕중 박사가 아주대학 총장직에 있을 때 협조를 얻어 원광대학교에서 「전국 대학총장회의」를 전국 대학 중 처음으로 개최 한 일도 있다. 김덕중 박사는 김대중 정부 때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아직도 고인의 기업 경영에 대한 평가는 이견이 있지마는 전산종법사의 법문에 말씀되어 있듯이 전 세계를 향해 판로를 개척하며 국익을 높인 공로는 긍정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대산종사의 간절한 염원과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종법사 주재하에 고인의 추도식을 올린 정황을 고인도 감사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을 것으로 보며 삼세의 법연이 될 것과 명복을 두손모아 기원드린다.

/원로교무, 오세아니아지구 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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