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헌 서울교구 마포교당 교도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남원 운봉 상사원. 어린 시절 그가 뛰어놀던 곳이다. 소나무 숲길 사이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이제는 자라나 다른 이들을 품어주는 숲이 되었다. 중타원 김진헌(53·重他圓 金眞憲) 마포교당 교도. 그는 어머니를 따라 운봉교당에 다녔다. 어려서부터 주산을 배웠던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말이면 교당에 가서 교무님이 결산하는 것을 돕던 착한 아이였다. 그렇게 혼자 계시는 교무님의 말벗도 되어 드리고 일도 도와드리며, 교당은 그에게 친숙한 공간이 됐다. 

서울로 상경한 그는 종로교당 청년회 활동을 하며 남편 이경국 교도를 만나 일원가정을 이뤘다. 언니인 김정선 태릉교당 교무가 출가의 길을 걷게 되자, 언니를 따라 그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싹터 올랐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중에 자식을 낳아서 자식이라도 이 길을 갈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언니의 말에 그는 아기가 들어서자마자 기도를 시작했다. 그의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큰딸 이혜완은 지금 원광대 원불교학과에서 예비교무 수학 과정을 밟고 있다. 

“마음속 염원은 있었지만 특별히 강요하지는 않았어요. 딸이 신성회 훈련에 여러 번 참가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신성회 훈련을 다녀와서는 본인이 스스로 출가를 선택했어요.” 자신이 가지 못한 출가의 길을 간 딸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스스로 선택하기는 했지만, 중간에 휴학하고 사회생활을 해보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딸한테 여러 사람에게 받은 것을 빚지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4학년이라 이제 곧 교무고시를 보는데 다행히 못 하겠다는 이야기를 안 하고 열심히 공부하네요.” 다시 자리를 잡은 딸에 대한 안도와 오직 이 길을 잘 가기만을 염원하는 그의 간절함이 전해졌다. 얼마나 많은 염원과 은혜 속에 한 명 한 명의 전무출신이 나오게 되는지가 새삼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당주인 키워내는 진정한 주인
일원가정 이뤄 큰딸은 전무출신

마포교당 창립유공인인 시부모 이대덕·박성훈 교도를 따라 마포교당에 둥지를 튼 지도 20년이 넘었다. “10년 넘게 단장을 하고 있어요.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몰랐던 분들이, 이제는 단장을 맡고 있어요.” 단장으로서 단원들을 챙기며 함께 공부해온 이들이 이제는 교당의 주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하다. 올 6월부터는 교당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가대가 결성돼 그가 성가를 지도하고 있다. “성가에는 모든 법이 다 담겨 있어서 성가를 참 좋아해요. 그런데 노래를 잘못해서 WBS합창단에 들어가 2년 넘게 합창을 배웠어요.” 그는 성가 지도뿐만 아니라 법회 사회 교육도 하고 있다. 젊은 층으로 구성된 성가대원들이 성가도 부르고 돌아가며 법회 사회도 볼 수 있도록 지도해 교당의 주인으로 키워내고 있다. 

“서울에서 마포교당만큼 행복한 교도님들이 있을까란 이야기를 들어요. 행사가 있다고 하면 자기일을 뒤로 하고 다들 교당일을 먼저 챙기세요.” 그는 교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교당이 재개발지역에 들어가서, 2~3년 내로 새 건물을 지어야 해요. 내년 1월12일부터 교당신축을 위한 천일기도를 결제하는데 교도님들의 합심으로 잘 마무리되는 것이 큰 바람이에요.” 신앙인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남편과 함께 법당 방한 작업에 한창이던 그는 교당일을 자신의 일로 알고, 또 교당의 주인들을 길러내는 진정한 주인이었다.

그가 유념 사항으로 공부하는 것은 자신의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별성과 주착심을 놓고 빈 마음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하고 있는 추심업무는 이 공부를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그는 빚을 못 갚고 허덕이는 사람들을 빈 마음으로 바라보는 공부를 한다. 밀린 돈을 받아내는 업무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출근을 하면 그는 먼저 자리에 앉아 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다. 일을 하다 불편함이 생기면 마음을 멈추고, 내려놓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다시 일을 시작한다. 그는 마음공부 덕분에 직장생활을 수월히 할 수 있고, 또 직장생활 속에서 마음을 단련할 수 있음에 감사해했다.

마지막 바람을 묻자, 그는 교무의 길을 걷는 큰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욕심을 낸다면 작은딸 혜민이도 그 길을 함께 가면 좋겠다는 그. 자식 앞에 서면 부모는 여래위가 된다고 했던가. 딸들이 행복하기만을 염원하는 그의 모습에 ‘너희들 성불하기만을 기도한다’는 대종사의 염원이 함께 떠오른다.

[2019년 1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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