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응준 교무] 법회 또는 훈련을 다녀간 느낌, 또는 결과에 대한 <성가>가 바로 33장 해제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31장 산회가에서도 우리가 법회에 다녀가는 것은 이를 통해 얻은 법을 생활에 광채 나게 쓰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성가>를 부르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해제가의 가사가 더 무겁고 비장하다는 것이다. 법회의 종류 따라 내용과 성격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해제가에서 노래하는 법회는 스승의 경륜을 이어받는 다짐과 훈련의 의미가 더욱 강하게 스며 있다. 거룩하신 스승들로 시작하는 성가는 후반부에 거룩하신 스승들의 뒤를 따르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된다. 공부길을 일러주신 스승의 경륜을 이어받아 소태산 대종사의 대법륜을 굴려 가겠다는 서원의 노래인 것이다. 스스로가 선택해서 결제하고 공부와 수양을 통해 얻은 결과와 목적을 떠올리며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반적인 해제는 선이나 교리 훈련을 끝마치는 것으로 결제에 상대되는 말이다. 선이나 교리 훈련을 시작할 때에는 결제식을 하고, 끝마칠 때는 해제식을 한다. 해제식은 작은 선방에서는 해제이지만, 큰 선방에서는 다시 결제가 되기에, 수행인은 항상 결제·해제, 해제·결제를 끝없이 되풀이하게 된다는 법문을 정기훈련을 통해 가끔 접한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바로 다음 날을 준비하는 것, 한 생을 마치고 또다시 한 생을 준비하는 것,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인 그 마음, 그리고 늘 새 마음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해제가의 목적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자신을 거듭나게 하고자 하는 원이 있다면 결제가와 해제가를 통해 스스로 훈련을 하면서 새해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 좋겠다. 원불교의 신심 있는 교도로 늘 이웃과 주변을 살피며 더불어 살아가고, 늘 공익에 앞장설 수 있는 인간상을 만들고자 하신 소태산 대종사의 대경륜을 체 받는 시간을 이 해가 가기 전에 만들어보면 좋겠다. 또 이런 의미를 늘 마음에 새기면서 훈련과 법회에 참여하며, 마음을 더 챙기고 서원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영산선학대학교

[2019년 12월2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