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리교당 일본다도교실
30년 넘게 공들여온 결실

나포리교당에서는 마음으로 증득하고 몸으로 체득하는 다선일여의 일본다도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나포리교당에서는 특별한 차회가 열린다. 일본 전통 우라센케(裏千家) 다도 전문가 김영희 선생을 일본에서 초청, 선(禪)과 차(茶)를 하나로 보는 일본 다도 전수 교육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던 10일 나포리교당을 방문했다. 일본 다도에서 다실은 마치 우주를 담은 별세계(別世界)와 같은 곳이다. 사회에서의 지위와 배경을 내려놓고 모두가 대등하고 서로를 존경하며, 깨끗한 마음으로 정숙한 가운데 예의를 지켜 만남을 가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다다미가 깔린 일본 다실에 들어서자 벽의 한중간에 ‘직심시도량(直心是道場)’이란 족자가 걸려있다. 바로 이날 차회의 주제이다. 일본 다도의 다실에는 그날의 차회 주제가 담긴 족자와 계절에 맞는 다화(茶花) 및 다식(茶食)이 함께 한다. 족자에는 주로 선사들의 법문이 담겨 있다. 

마음으로 증득하고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많은 말이 오가기보다는 직접 행하고 느끼는 다도 수업이 진행됐다. 조신한 걸음걸음, 손동작 하나하나, 차를 내고 대접하는 과정에서 묻어나오는 정성스러움에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일본 다도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시간 함께 차를 마시는 것을 마치 일생 단 한 번의 기회처럼 진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원불교의 무시선 무처선, 처처불상 사사불공과도 닿아 있다.

최근 <차와 선> 책을 출간한 이진수 나포리교당 교무는 “다도 자체가 선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다도와 선을 구분해서 보지 않는다. 한국은 아직 그런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라며 다도를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이들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하며 “이 수업은 차를 선으로 보는 출발점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온 결실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사)국제티클럽 총재이자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교수로도 활동 중인 이 교무는 향후 차를 매개로 한 나포리 선방의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나포리교당에서 운영하는 홍차가게 
나포리교당에서 운영하는 홍차가게 

[2019년 1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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