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0년의 트렌드 키워드를 ‘MIGHTY MICE(강력한 쥐들)’로 정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주축이 되어 그 해의 띠동물 이름이 들어간 열 글자 짜리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경자년(庚子年)이 ‘하얀 쥐’의 해라는 점과 만화영화 ‘마이티 마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쥐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 히어로가 된다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트렌드 코리아 2020> 이 책은 대내외적으로 암울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2020년 트렌드 중 주목해야 세 가지 큰 축으로는 세분화, 양면성, 성장을 꼽았고, 10개의 키워드 중 첫번째는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다. 이것은 ‘복수의 가면’이라는 의미로 상황과 매체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 ‘모드전환’이 빠른 현대인의 다중 정체성을 뜻한다. 

김난도 교수는 ‘에어팟’이라는 아이템을 예를 들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이 에어팟을 끼고 아는 척도 하지 않더니, 9시 출근시간 이후 만났을 때는 인사를 꾸벅 하는 것이다. 이 직원은 9시 전에는 자연인이고, 9시 이후부터 회사직원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팟’은 그냥 음악 듣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인과 직장인을 구분하는 ‘방패’이자 ‘가면’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진 개인의 의식과 취향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기업에 있어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현대인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한 방법이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 하겠다. 

우리도 이 같은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먼저 교단 안에 흐르는 트렌드를 분석해야 하고, 다음으로 우리가 만나는 대상들을 이해할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략 3~5년동안 상당수가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면 그것을 ‘트렌드(Trend)’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0년 정도의 지속성을 가지면서 공동체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변화를 수반할 때 ‘메가트렌드(Mega-Trend)’라 부른다. 그리고 30년 이상 지속되어 세대를 넘어서는 현상은 더 이상 트렌드라 부르지 않고 ‘문화’라고 한다. 

트렌드와 메가트렌드를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렌드가 결국은 환경에 반응하는 구성원들의 집단적 의식 흐름이라는 점에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이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게 된다. 따라서 조직의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장기적 플랜 하에서 정밀한 정책과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종교문화는 교리적 정체성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모든 문화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4대를 준비하는 시점에 100년 동안 형성된 조직문화의 명암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원불교 문화에 대한 깊은 담론의 장이 마련되는 2020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동창원교당

[2019년 1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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