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4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힘이 세진 인간 때문에 지구는 더욱 병들었고, 그 와중에 억겁의 세월을 진화해온 생명체들이 신비로운 창조의 여정을 마감했다. 보은하지 못하고 배은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인과의 진리가 어떻게 응답할지 크게 두렵다. 

국제사회는 약육강식의 행태가 더 노골화되었다. 특히 경제력을 무기 삼아 이웃나라를 곤경에 빠뜨리는 전략이 일반화되어 자리이타의 국제협력질서는 크게 퇴색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의 무역갈등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튈까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는 심정으로 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문제도 북미 정상의 최초 회동이란 역사적 사건이 무색하게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사회 내적으로는 극단적 진영논리가 만연하여 쟁점이 터질 때마다 국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새삼 우주 만유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소태산 대종사의 은혜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된다. 은혜의 윤리를 유념했더라면 인류는 좀 더 사이좋은 관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한 길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마음공부로 마음을 좀 더 맑혔다면 증오와 배타의 경계선도 좀 더 쉽게 녹여내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한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교단은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상시훈련 강화를 통해서 교화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되었고, 청소년교화 부흥을 위한 논의, 정년지원서 폐지와 여성교역자 복장의 변화, 교무·도무·덕무로 나뉘었던 전무출신 품과별 호칭 단일화, 전무출신 정년 연장, 교령제도의 확산, 미주총부 설립 준비, 새로운 교구자치제 준비와 같은 노력들이 돋보였다. 시작 단계이긴 해도 3대를 마감하고 4대를 열어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도들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적 존재이다. 성찰은 우리를 진화와 진급으로 이끈다. 소태산 대종사는 ‘모든 일을 처리한 뒤에 그 처리건을 생각하여 보되,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실행이 되었는가 못 되었는가 대조하기를 주의’하라고 했다. 자주 돌아보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의 서원과 진리,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돌아보고 각자의 마음을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돌아보는 힘이 곧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다. 돌아보아도 반성할 것이 없다면 돌아보는 마음의 힘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삼대력을 돌아보는 힘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 차분히 돌아보며 한 해를 은혜롭게 마무리하자.

[2019년 12월27일자]

키워드

#원불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