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소태산 대종사께서 가르쳐주신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의 근기와 경우에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에게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내 삶을 산 경전과 큰 경전으로 삼는 공부이기에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공부는 맞춤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저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는데 정기 일기와 상시 일기를 기재하라고 강요하는 게 싫습니다. 쓸 것도 없는데 쓰라고 하고, 상시 일기는 몇 십 개씩 점검해야 하니 숨 막힙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는커녕 틀 속에 가두는 공부 같아요.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 하였는데 챙기지 않고 어찌 그 마음을 닦을 수 있겠느냐고 하셨습니다(『대종경』 수행품 1장). 마음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일기법입니다. 내가 ‘그’ 경계를 대하여 나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고 처리하였는지,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떤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문득 자기의 마음속에 스스로 일어나는 깨달음이나 경계를 따라 묘하게 변해가는 마음과 몸의 흐름을 기재하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당일의 시비를 감정하여 죄복의 결산을 알게 하며 시비 이해를 밝혀 모든 일을 작용할 때 취사의 능력을 얻게” 하기 위해서 심신 작용의 처리건을 기재시켰고, “그 대소 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하려고 감각이나 감상을 기재시키셨어요(『정전』 일기법). 출가위의 심법은 대소 유무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 이해를 건설하는 것입니다(『정전』 법위등급). 그 대소 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하고, 시비 이해를 밝혀 모든 일을 작용할 때 취사의 능력을 얻게 하기 위해 일기법을 알려주신 소태산 대종사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인: 일기법은 이치의 대소 유무, 일의 시비 이해를 제 삶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알려주신 공부법이군요.

▶지도인: 일기는 기재하는 것입니다. 시나 소설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고, 명확한 분석력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간호사가 체온을 기록하듯이, 회계원이 금전출납부를 기입하듯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기록(record)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묘한 마음 작용을 기재하면서 그 마음을 보고, 느끼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묘한 마음을 보게 하여 은혜로운 생활을 열어주기 위한 공부법입니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화가 나면 화가 난대로,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난대로 있는 그대로 기재하면 됩니다. 공부를 완벽하게 마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소 유무와 시비 이해를 완벽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부의 방향로는 지도인과 문답하고,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찾아가는 것입니다. 지도인이 각자 겪고 있는 문제를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으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공부길을 안내하는 거죠. 용심법 정전을 삶 속에서 응용하다보면 문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인재를 기르는 사람 농사가 제일가는 농사라고 하셨습니다. 지도받는 사람이 지도인에게 문답하면 지도인의 역량을 얻게 되고, 이것이 인재가 길러지는 사람 농사입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12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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