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4년을 돌아보며, 원불교 2세기 교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특별 좌담을 송년호에 싣는다. 원불교신문사에서 진행된 송년 특별좌담은 올해 본지 논설위원으로 활동한 김수영(이하 김) 강남교당 교도와 박중훈(이하 박) 정읍교당 교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논설위원 칼럼 뒷이야기를 비롯해 교단 핵심정책과 숙원사업, 재가교도 역할론, 교화 키워드 등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다양한 쟁점들이 논의됐다.  


올 한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나 소회를 전한다면
김: 재가교도 논설위원을 위촉한 것은 교도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되도록 교도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과 개선을 바라면서도 정작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과감하게 짚어보려고 했다. 의견과 입장이 다르겠지만, 오로지 공심으로 썼기 때문에 한편으론 이해를 구하고 싶다. 매번 쓸 때마다 어려웠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고 격려해줘서 큰 힘이 됐다. 

박: 누구든지 각자의 생각을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다. 신문이라면 객관화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려움이 있었다. 있는 대로 다 말한다고 해서 꼭 객관적인 것은 아니어서, 그 점이 어려웠다. 논설을 쓰기 위해 주위 의견도 들어보고, 몇 번을 썼다 지우기도 했다. 이런 방향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옮긴 것이다. 
 

정책구현의 지속성과 장단기적 안목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오직 교화만을 이야기하고 
교화만을 생각해야 한다.

원기104년 교단에서 추진했던 핵심정책들, 특히 전무출신 정년연장의 건은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교단 정책 중 가장 중요하게 짚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김: 품과제도, 급여제도, 정남정녀제도 개선 등이 전무출신의 처우에 관한 문제라면, 정년연장문제는 전무출신 인력부족의 해법 중 하나로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교도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당장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수 없으니 하던 사람이 좀 더 하라는 식의 발상은 충분히 반발이 예견된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전무출신 지원자가 줄고 있는 것이 종파를 가릴 것 없이 세계적인 종교인구 감소 현상 때문이라는 자가진단에 그치고 마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전무출신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심도 있게 성찰하면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 사실 짚어 본다면 결국 전무출신 제도혁신이다. 원불교100년성업 당시에도 최고의 화두는 교화·제도혁신이었다. 그러나 교단은 이를 다음 순위로 미뤘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부분만 붙들고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전무출신 제도 전반을 놓고 새롭게 틀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무출신 제도의 기점은 대종사님 당대에 있지만, 최초의 성문법적인 기점으로 본다면 원기33년 제정된 최초 교헌에 전무출신 제도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제도 그대로 그 옷을 입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 시대에 맞는 전무출신 제도가 나와야 한다. 이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함 때문에 전무출신 제도를 종합적으로 논의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해결하려는 조급함이 있다. 


김: 대부분의 정책들이 단발적으로 논의된다는 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전무출신 제도혁신에 대한 장단기적인 계획이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 교정원이 바뀔 때마다 핵심 정책이나 추진 사업들이 달라진다. 핵심 정책의 연계성과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해가는 추진력 등이 아쉽다. 

박: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교정정책은 개별정책이 아닌, 전무출신 제도개선의 장단기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할 단위사업들이다. 예를 들어 전무출신 제도개선 안에 급여제도, 정년연장, 정남정녀 규정개정 등은 전무출신 처우와 복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초기 전무출신 제도를 살펴보면 재가출가 구분이 없었고, 지금처럼 종신제도가 아닌 7년 단위의 기간제였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전무출신 처우와 복지도 달라져야 한다. 100년성업당시 구성됐던 교화·제도 혁신분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구현의 지속성과 장단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재가출가 교도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고 공의를 모으는 절차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여성성직자 양장정복 병행에 대한 재가교도들의 의견수렴도 아쉬움이 크다. 중앙교의회때 의원들께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정복은 원불교 역사와 상징성을 담고 있다. 가톨릭이나 불교도 마찬가지이지만 성직자의 옷은 상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재가출가가 함께 공유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재가교도의 의견이 폭넓게 개진되고 반영됐으면 좋겠다. 

박: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외형적인 형식의 문제는 시대나 사회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쪽진 머리, 치마저고리 등 의복이나 생활의 문제를 규정하고 고집하는 것이 교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실제 정복을 입고 생활하며 교화하는 교무 입장에서 볼 때, 외형적인 형식으로 교화하지 않아도 현재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오히려 교무들이 우리 교법대로 신앙 수행 생활을 하고 있는가, 전무출신으로서 공도에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세계교화의 기점이 될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개관 등 교단적인 변화 기류 속에서, 교단의 숙원사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시대의 환경과 교세 확장에 따른 외형적 변화와 성장은 필수이며, 이에 발맞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태산기념관을 개관하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면 외형적 변화 못지않게 원불교 2세기를 시작하는 지금 시점이야말로, 원불교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전 편찬, 각종 용어와 의식·의례의 재편 및 정비 등 내실화에 보다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전에 사용된 용어를 보다 쉽게 표현하고, 출처에 대한 분명한 표기도 중요하다. 또 교당마다 다르게 진행되는 법회 식순이나, 각종 의식·의례도 합리적으로 통일해서 생활 속 종교다운 내실을 다졌으면 좋겠다. 

박: 오직 교화만 생각해야 한다. 원불교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를 실현해주는 동력은 교도에게서 나온다. 원불교 교법으로 생활하는 교도 수를 늘려가야 낙원공동체가 이뤄진다. 그 목표를 위해 지난 100년을 돌아보며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성찰하고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도 교화현장에는 처음 나가서 교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교화하자고 모인 것이다. 서로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교무에 따라서 교도의 법회 출석수가 달라지는 교당도 있다. 이를 교무의 문제인가, 교도의 문제인가를 논하기 이전에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화를 위해서 제도가 잘못되었다면 제도를 바꾸고, 사람이 잘못이라면 사람을 바꾸어서라도 오직 교화만을 이야기하고 교화만을 생각해야 한다. 외형적인 확산은 교도가 많아지면 자연히 해결된다. 
 

교단 정책의 연계성과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해가는 추진력 위해
재가교도의 교정 참여 폭이 넓어지고 
재가교역자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김: 교당에서 새로 오시는 분들 안내를 맡고 있다. 우리 단 전체가 안내단이다. 남녀 단별로 구분이 돼 있는데, 9명의 단원이 법회 때마다 교당에 새로 오는 분들을 3개월씩 관리해서 단편성을 시킨다. 둥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에 700명 정도 사람들을 응대한다. 순수하게 교당에 나오는 분들은 100여 명 정도이고, 그중 40~50명이 교당에 정착을 한다. 또한 지역민을 위해 365일 교당 문이 열려있다. 교당에서 운영하는 카페도 교도들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사전 예약할 경우 지역민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동네 아이들을 위해서 도서관도 항상 개방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초기 교단은 대각전과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교당이 확산되면서 복합건물로 바뀌었다. 작은 교당은 생활공간이 함께 있어서 교무들의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교도들 입장에서는 아무 때나 교당에 발걸음 하기가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또한 여성교무들의 경우, 시대가 험해지다 보니 교당 문을 개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교화를 위해 ‘교당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지만, 교당이 처한 현실이 다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시도하고자 하는 교구편제를 바라보면, 교구편제는 교단 통치체제의 방향이다. 그것이 교화확산의 편제를 바탕으로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중앙총부가 심리적·물리적으로 멀리 있기에, 교구가 가까이에서 현장을 살피고 지원하며 소통하는 역할을 통해 교화환경을 개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개별교당이 각자의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나 교단적인 바람이 있다면
김: 교단 행정을 관장하는 일에 재가교도의 참여 길이 좁다는 것은 좀 더 일찍 시정됐어야 할 현안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출가와 재가가 둘이 아니라고 했는데 재가교도 역할론이 거론되는 것은 그동안 재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교도들이 주인정신으로 참여하며 운영되는 교당이 발전하는 것처럼, 교단도 재가교도들의 참여 폭이 보다 넓어지고 역할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박: 교단의 지도부가 바뀌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보다는, 좀 더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하다. 재가출가 교도 전 구성원들이 머무는 그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믿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의지를 모아갔으면 좋겠다.

정리 류현진 기자 rhj@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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