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종교’는 인류의 오랜 정신적 유산이며 시대적 산물이다. 초창기 컬트(cult) 형태의 종교집단은 발전하면서 제도화되고 조직화를 이루게 된다. 역사적으로 종교의 건강한 가르침과 실천은 세계적 종교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반면, 종교의 지나친 제도화와 조직화는 종교적 영성을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고 종교 집단내의 권력화 또는 정치적 권력과 연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현대사회는 탈종교의 영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제도적 종교로부터 탈피하려는 운동이 일어나 파급되고 있다. 그동안 서구 유럽에서 범세계적 제도와 조직을 갖춘 가톨릭과 개신교 교회뿐만 아니라, 종교인구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와는 달리, 종교적 신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안정과 깨달음, 몸의 건강을 추구하는 동양의 유연한 종교에 깊은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마음의 행복, 영성을 추구하는 정신운동의 모임 또는 단체들이 증가하여 제도화된 종교를 벗어나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영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탈종교시대에 접어들면서 ‘신영성운동(new spiritual movement)’이 확산되고 있다. 종교사회학자들이 지적한 것과 같이, 새로운 종교현상은 개인주의적 영성운동의 성격을 지니면서 물리적 시설이나 신자공동체, 교계제도, 집단적인 예배의식 등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초월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대체종교(alternative religion)’내지는 새로운 종교 흐름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는 정신적 세계와 깨달음, 그리고 고통의 세계를 넘어설 수 있는 구원의 세계관을 중요하게 여긴다. 고대사회의 붓다, 공자, 예수 등 노대 종교 창시자들은 당시 시대적 ‘고통’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과 깊은 통찰을 통해 어떻게 하면 고통의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추구했다. 영적 지도자들은 인류의 고통과 무거운 짐들을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과 구원의 길을 제시하여 이상적인 낙원 세계를 동경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종교인들의 시대정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여기’ 갈등의 역사를 어떻게 새로운 평화의 문명사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근세의 격변하는 시대적 혼란기에 형성된 한국 신종교의 개벽사상과 구세이념은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고 대다수 민초들의 희망을 대변했다. 특히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는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을 통해 어떻게 하면 병든 사회를 치료하고 건전하고 평화한 인류사회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개벽사상은 종교 간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주체적 삶을 요청한다.

하나의 종교를 신앙하거나 실천하는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자신의 종교적 범주를 넘어설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 그리고 서로 다른 민족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 성숙하고 원만하게 이루어질 때, 배타적 ‘타종교(他宗敎)’가 ‘이웃 종교’로, 경쟁적 ‘타민족(他民族)’이 ‘이웃 민족’으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져 거부감과 적대감이 사라진 평화와 조화의 세계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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