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지난해 총단회에서 전산종법사는 ‘명대실소(名大實小) 후무가관(後無可觀) 최후승리(最後勝利) 실력위상(實力爲上)’으로 시작하는 ‘정산종사의 실력삼단 법문’에 대해 설법했다. 정산종사가 대산종사에게 내린 이 법문은 필자가 출가 후 지금까지 공부와 삶의 표준으로 삼아왔던 것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실력이란 ‘어떤 일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다른 말로 ‘실행하는 힘’ 또는 ‘실천을 통해 얻은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력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 실천하고 또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얻어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실력 있는 한 사람을 기르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닦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항간에 원불교가 한국4대종교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말이 있다. 이는 1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 교단의 재가출가 선진들이 시행착오와 난경 역경을 거치면서도 ‘실력’으로 한국사회에서 원불교의 사회적 지위를 끌어 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력은 곧 대종사가 밝혀준 일원의 교법을 쉼 없이 사회에 실천해 온 힘을 말하는 것이며, 교법에 바탕한 실력으로 교단의 위상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모습을 보면 크게 성장한 교단의 외형과 달리 내적인 실력의 부족함을 한탄하는 일이 많이 늘었다. 겉은 화려하나 내면은 부실한 외화내빈(外華內貧)에 빠졌다는 것이다. 개인의 수행역량에 있어서도, 교단의 교화나 교육정책의 실행에 있어서도 ‘내실화’는 화두가 되고 있다. 

『정산종사법어』 근실편 1장에는 ‘화려한 제 뿔만 사랑하고 잘못 생긴 제 다리는 미워하던 사슴’ 예화가 나온다. 

화려한 외형에 빠져 내적인 견실함을 망각하고 방치한다면 그 뒤는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춰야 할 참다운 ‘실력’은 무엇일까? 첫째는 일원상의 진리가 ‘지공무사(至公無私)’의 진리임을 알고, 믿고, 실천하고, 둘째는 사은이 곧 ‘지공무사’의 신앙임을 알고, 믿고, 실천하며, 셋째는 삼학이 곧 ‘지공무사’의 실천임을 알고, 믿어 실행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교단 내에 사상(四相)이 만연하고 있다. 아니 사상을 넘어 교무상과 교도상, 주임교무상과 부교무상 등 나와 너를 둘로 나눠 대립하고 있으니, 실력은커녕 자기의 상만 키우는 ‘오렴수(汚染修)’에 찌들어가고 있다. 상산종사가 ‘둘이면 안 됩니다.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최후법문을 남긴 것은 상대심에 찌든 우리에게 교훈을 준 것이다. 

대종사의 깨달음이 ‘나 없는 자리’임을 알고, 믿고 실천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참다운 ‘실력’을 쌓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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