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가히 정치의 세상이다. 어김없이 정치 소식으로 시작되는 뉴스를 보면 세상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력을 절감하게 된다. 한반도의 정세도 바람 잘 날이 없는데 정치적 갈등을 계속하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탓 같다. 우리 사회 역시 정치 과잉으로 인한 극심한 분열로 민심의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세상이 더 나아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합리화해 보지만, 과연 정치만으로 이 세상이 제대로 다스려질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직한 삶으로 공익에 헌신해야 할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정치적 진영에 갇혀 법을 어기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정확한 사실을 전해야 할 언론 매체들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무책임한 정보를 양산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종교 단체까지 정치세력화해서 실정법을 무시하고 후안무치한 선동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 만능 세태와 도덕적 타락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현상들이다. 정치의 한계를 목도 하면서 우리의 지향점을 다시 생각해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말세인 것만은 사실이나, 이 세상이 이대로 파멸되지는 아니하리라. 돌아오는 세상이야말로 참으로 크게 문명한 도덕 세계일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정산종사는 ‘지금은 정치인들이 주연이 되어 정치극을 벌이는 도중이나, 그 막이 끝나면 도덕막이 오르나니 지금은 도덕가의 준비기라, 바쁘게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소태산 대종사가 일으킨 사업도 도덕 사업이고 우리가 만대에 유전할 사업도 명백히 이 사업이다. 정치만으로는 낙원세상을 만들 수 없기에 모든 부처와 성현들께서 살신성인의 솔선수범으로 도덕의 가치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우리 교단은 어떤가. 도덕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철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출가교역자들이 계행을 청정히 하지 못해서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했다. 계행 청정은 정법교단 존립의 무형한 기초이다. 도덕가와 종교가는 세속적 권위로 지탱하는 조직이 아니다. 오직 높은 수준의 도덕적 삶에 의존한다. 그렇지 않을 때 그 조직은 모래위에 쌓은 누각이 되고 만다. 교단 구성원 각자가 계문을 지키고 규범을 준수하고 공의에 순응할 때 우리 교단은 세상을 맑히는 도덕가로서 기본적 자격을 갖출 수 있다. 개인과 교당과 기관 모두 국가 사회의 실정법 준수는 물론이고 사회적 눈높이를 넘어서는 윤리적 삶을 실천해야 한다. 교단은 청정기풍을 바로 세워 미숙한 구성원들을 일깨우고 사회의 오탁을 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세상을 맑혀야 할 엄중한 책무를 가진 주세교단에 세속의 혼탁함이 침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하고 빈틈없이 점검할 때다. 

[2020년 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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