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서품부터 매일 한 장씩 묵상
법문 의미 생활에서 발견하고 결단

박순명 교도

[원불교신문=박순명 교도] 나는 39살의 평범한 직장인 엄마다. 맞벌이를 하며 6살 아들이 하나 있다. 하루 하루가 참 바쁘다. 매일 출근하고, 아이 돌보고, 집안일을 하다가 지쳐서 자게 된다. 그러니 아침 좌선은 엄두도 못 낸다. 사실 원래 염불 좌선도 잘못했다. 잡념도 많고 다리만 아프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그럴 것 같다. 

이런 나에게 어른들은 “애들 다 키우고, 여유 생기면 그때 진짜 신앙인이 된다. 그때 기도·봉공·선도 하고, 훈련 갈 여유도 생긴다”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30대 중 후반쯤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당에는 나 같은 직장인 엄마가 드문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교회에 다니는 지인들과 교류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30대 젊은 아이 엄마들이야말로 교화하기에 가장 좋은 그룹이라는 사실이다. 이 시기는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육아에 당황하고 지칠 때이다. 남편이나 시댁 원망도 많이 한다. 이 어려움을 풀려고 여러 시도를 해보는데, 이때 우리 법이 들어갈 틈이 생긴다. 직장인은 육아 휴직하니 공부시간이 생기고, 또 아이 또래 친구를 찾게 되니 법 동지를 만날 수도 있다. 이때 신(信)이 확실히 서면 그게 어린아이와 남편에게 일찍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17년, 나는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나 같은 아이 엄마도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당시 나는 너무 심적으로 힘들어서 대종사님을 원망했었다. 나는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 모두 낙제점이다. 나 같은 사람도 변화할 수 있다면 누구나 마음공부를 할 수 있다. 내겐 힘이 없으니 먼저 대종사님 제자로 사는 것부터 해보자. 오늘부터 정산종사님처럼 대종사님을 마음의 스승님으로 모시고 한순간도 떠나지 말고 살아보자”라고 다짐했다. 

대종사님 제자로 살려니, 대종사님이 어떤 분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종경 서품부터 매일 아침 한 장씩 묵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법문을 대종사님이 나를 위하여, 내 바로 앞에서 당부해 주신 말씀이라 생각하고 나를 대조해 봤다. 때로는 따지듯 질문도 해봤다.  그날 법문의 의미를 생활에서 발견하고 결단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얼마 전에는 대종경 전체를 모두 마치고 다시 서품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편과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더 생기고, 더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더 감사하고 행복해다. 매일 대종사님과 함께 울고 웃으며, 나는 깨닫게 됐다. 교단이 어렵다고, 교화가 안된다고 걱정하고 다른 것 탓할 필요가 없음을. 그냥 나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나는 대종사님 제자다 하고 마음을 스승님께 맡기고 사니 편안하고 좋은것은 이루 말 할수 없다. 주어지는 경계마다 다 고맙게 수용된다. 전생에 닦은 바 없고, 이생에 보잘것 없어도 관계없다. 먼저 제자가 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이 엉망이어도, 주변에 이끌어주는 인연이 없어도, 마음공부는 누구나 혼자 결심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큰 스승님께 인연을 걸기로 마음먹은 것, 그게 이생에 제가 가장 잘 한 일 같다. 내년에 나는 사정이 있어 대종경 묵상을 잠시 쉬게 되었다. 내가 염원하는 것이 있는데, 불투명하지만 그 준비를 위하여 잠시 묵상을 쉰다. 모든 과정 과정에 법신불 사은님께서 호렴해 주실 것을 믿는다. 평생동안 내 마음속 큰 스승님께 늘 귀의하며 살기만을 원한다. 경자년 새해, 나의 서원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김천교당

[2020년 1월1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