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류는 한 가족
관념적인 이웃사랑 안돼

김준안 교수

[원불교신문=김준안 교수] 벌써 작년이 된 지난 달 27일 대구 수성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66)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시 10분께 수성구 황금동의 한 횟집 수조에 있던 오징어 1마리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숙자인 A씨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15일 오후 8시께는 수성구 황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쌀을 훔친 80대 노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이웃집 현관에 놓인 10㎏짜리 쌀 두 포대를 훔친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최근 생계형 절도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배고픔’이 원인이 되어 발생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한국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형준(법명 도준) 교도로부터 아직도 전 세계에는 8억 1천 5백만 명의 기아 인구가 있으며 2030년까지 기아 인구를 0으로 만들기 위해 제로 헝거(Zero Hunge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제로 헝거 프로젝트는 어렵게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일뿐 우리나라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배고픔’부터 해결해야 하는 우리 국민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 두가지 사연을 접하고 보니 이웃의 아픔을 외면한 채 입으로만 이웃사랑을 외치며 살아온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래서 최소한의 배고픔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사는 이웃들을 위해 우리 원불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무거운 마음으로 며칠을 생각한 끝에 ‘보은미’를 모아 배고픈 이웃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종사께서는 회상 창립 초기부터 제자들에게 사은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뜻에서 보은미를 모으게 하셨는데, 밥을 지을 때 한 수저씩 쌀을 덜어내 모았다가 공도사업에 활용하도록 하신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월말이면 작은 보은미 자루에 한 달간 정성스럽게 모은 보은미를 가져 오는 교도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보은미 대신 보은금으로 환산해서 내는 교도들이 늘어났고 오늘날에는 보은미를 가지고 오는 교도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자는 우리 교단 구성원들이 너무 내부지향적이라며 이젠 100년의 역사를 지닌 교단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아픔의 치유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입정교성회의 사례는 우리들이 참고할만하다. 필자는 원불교학과 4학년일 때, 일본의 재가불교인 ‘입정교성회’ 본부에서 일주일간 머문 적이 있다. 그때 입정교성회 전 회원은 한 달에 두 차례 금식을 하여 보시를 하며 모아진 보시금은 어딘가에 큰 재해가 나면 담요 등을 사서 지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 확인해보니 운동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 된 지금도 그 운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는 보시금을 모아 환경, 인권, 난민을 지원하는 ‘환경대책 프로젝트’의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가족임을 알고 있다. 가족끼리는 서로 사랑해야 하고 그 사랑은 관념적인 사랑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배를 곯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한 수저의 쌀이라도 덜어내 배고픔을 달래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부터 매일 보은미를 모으는 심경으로 작은 금액이라도 저축하자. 어느 정도 모이면 기아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기관에 기부하자. 그렇게라도 해서 제로 헝거에 힘을 보태자. 

/원광디지털대학교

[2020년 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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