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국제적인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은 1893년 9월 11일~18일에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Parliament of the World's Religions)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개최한 목적은 “‘황금률’을 종교 간의 합일의 근거로 만들어 세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 즉, 많은 종교의 근원적인 일치는 종교적인 삶에 있어서의 도덕적 선행에 있다는 것”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시카고 박람회 기간 중 여기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어떠한 도덕적 원칙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시카고 세계종교의회는 역사적으로 동서양의 다양한 종교인들의 첫 공식적인 만남이 됐다. 개신교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인도, 중국, 일본, 샴, 씰론,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온 종교인들은 종교 다원주의를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인종과 성의 차별을 넘어서 유대인, 흑인, 여성들도 종교의 대표자로 인정을 받고 참여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폐회식 때에는 7천여 명이 참여해 당시 미국 종교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참여했던 인도의 비베카난다(Vivekananda)는 미국에 머물면서 힌두교를 알리는 지대한 역할을 했고, 인도에 귀국해서는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젊은 스즈키(D. T. Suzuki)는 스승인 샤쿠 쇼엔(Shaku Soyen)을 따라 참석했고, 후대에 불교를 서구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동양의 고전을 번역하여 서구사회에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막스 뮐러(Max Mller)도 참석했으며, ‘종교학(Science of Religion)’의 학문적 기초를 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종교 간의 우열을 가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종교만을 아는 이는 종교를 모른다(he who knows only one, knows none)”라고 했다. 다른 종교문화를 배움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종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종교의회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종교지도자들 간의 최초의 국제적인 모임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다양한 종교인 상호 간의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튼 역사적 사건이었다. 1993년 인도 뱅갈로우와 미국 시카고에서 각각 열린 100주년 기념대회를 계기로, 그동안 단절됐던 종교 간 이해와 협력에 대한 지지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필자는 1993년 인도 뱅갈로우 100주년 기념총회에서 원불교의 법인기도에 대한 의식을 교단 참여자와 함께 진행했고, 2009년 12월 호주 멜버른에 참석해 다양한 종교의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2018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해 한국의 종교와 평화에 대한 주제로 발표의 장을 마련했다. 남북분단 70년이 넘은 한국사회의 평화정착과 종교인들의 역할에 대해 세계인들의 관심과 열의가 높았음을 경험했다.

세계종교의회는 개인, 단체, 또는 국가별로 자유로이 참석할 수 있기에, 티벳의 14대 달라이 라마(Dalai Lama) 등의 종교지도자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가능했다. 제도권 내의 종교 또는 국가 차원의 종교대표를 중심으로 참석하는 것이 아니기에, 종교적 분쟁과 갈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하부조직이 없다. 반면, 종교에 관심 있는 개인뿐만 아니라 영성단체 또는 종교단체들의 참여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원광대학교

[2020년 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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