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출신 정기인사가 마무리되었다. 약 250여 명의 전무출신들이 한겨울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 임지로 향했다. 공명에 따라 미련 없이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모습에서 교단을 이끌어온 전무출신의 힘을 볼 수 있다. 우리 교단의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전통이다. 모두 새 임지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개벽의 일꾼으로서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를 염원한다. 

어느 조직에서나 인사에는 대개 불만이 따른다. 우리 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 각자의 요구를 다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만족도 높은 인사행정이 어렵긴 하지만 교단 발전의 근간이 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위한 연구와 점검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언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첫째, 매우 구체적인 인사 원칙이 필요하다. 원칙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합의한 원칙에 의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예외가 많으면 원칙이 부실한 것이다.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원칙은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모범적인 조직들의 인사규정을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왜 어떤 사람은 10년, 20년을 책임자로 장기근무를 해도 되는지, 왜 어떤 부직자는 타의에 의해 1년 만에 이동을 해야 하는지를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원칙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법치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인사 원칙과 인사 정보는 최대한 공유되어야 한다. 공유되지 않는 규범은 지켜질 수 없을 뿐 아니라 교단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폐해를 낳는다. 물론 인사 관련 정보도 공정하게 생산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근거 없이 떠도는 세평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인사 관련 정보는 본인이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의 오류를 줄이고 각자가 경력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셋째, 인사평정의 엄정성이 지켜져야 한다. 이 세상에 완전한 인사평정시스템은 없다. 지속적 보완이 이뤄질 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교단의 인사평정은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시스템의 부재라고 할 정도이다. 공부와 사업의 객관적 평가를 중시했던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전무출신의 인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속적으로 진급하고 성장하게 하는 교법에 근거한 새로운 평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거창한 인사정책을 논하기 전에 매우 기본적인 인사행정부터 차근차근 보완해나가야 한다.

[2020년 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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