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제 교수

[원불교신문=남성제 교수] 전산종법사가 ‘신성으로 공부합시다’라는 주제로 원기105년 신년법문을 내려줬다. 신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심이 있어야 대종사가 밝혀준  공부길을 그대로 따라가서 공부의 결과를 이룰 수 있고 한량없는 복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종사가 당시의 시국을 살펴보고 개교표어를 정한 것처럼 전산종법사 신년법문도 현재 시국을 반영해서 내려준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공부에 있어서 신심을 반조해 더욱 철저한 신심을 세우고, 교화에 있어서도 신심나게 하는 교화를 하는 것이 시급한 일임을 깨우쳐 준 것이다. 

개인에 있어서는 정기훈련과 상시훈련 공부를 잘해서 스스로 신심을 돌아보고 향상시켜 가야 하겠지만, 초심자와 일반 교도들에게 신심 나도록 해주는 교화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정도 신심이 생기기 전까지는 마음을 내서 스스로 공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교화가 신심나게 하는 교화일까? 불법을 이용한 교화 측면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례가 있다. 법륜스님을 지도법사로 하는 불교수행 공동체인 정토회이다. 1988년 정토포교원을 시작으로 30여 년 만에 전국 100여 곳의 법당과 미국에 해외지부를 두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백일출가, 천일결사기도, 세계 여러 오지에서의 봉사활동 등 많은 회원들이 수행과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보통 신심으로는 어려운 일들이다. 이러한 교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정토회는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지향한다. 

이는 ‘성불제중’과 같은 맥락이며, 일상생활을 통해 성불제중을 이루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법륜스님이 전국을 순회하며 하는 즉문즉설 강연도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불교적 교리를 통해 해법을 제시한다. 이 때 불교적 교리는 어렵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쉽게 풀어서 누구나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대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안정과 성취를 요구한다. 심적·육체적으로 바쁘고 번거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정법을 보고 들을 때에 바로 신심이 생겨나는 상근기는 많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신심이 생겨난다. 때문에 일상에서의 쉬운 실천을 통해 생활의 변화와 정신적인 안정을 얻게 해주는 정토회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원불교는 상당한 장점이 있다. 생활 속에서 불법을 닦고 실천할 수 있도록 신앙과 수행의 모든 부분이 물샐 틈 없이 짜여있기 때문에 우리의 교법은 현대인들을 교화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현대인들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문자가 아니라 쉽고 실천적인 내용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감사생활, 조석심고, 유무념대조 등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항목 하나를 잡고 꾸준히 하게 함으로써 생활의 변화를 경험하면 신심이 생길 것이고 그를 통해 더 속 깊은 공부를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법회가 설교만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 속에서의 고민이나 교법실천 후기 등에 대한 회화나 강연을 통해 혜두를 단련하고 생활에 직접적인 소득이 있게 해야 한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대종사님의 9인 표준제자, 예수님의 12사도처럼 교당이나 기관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실한 주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실한 주인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쌓이는 신심이 커져서 되는 것이다. 일반 교도들을 주인으로 만들 수 있는 신심나게 하는 교화는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각 교당의 여건에 맞게 실천해 볼 때이다. 

/강원대학교

[2020년 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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