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익 원로교무

[원불교신문=오광익 원로교무] 지자(智者)란 슬기로운 사람이요 슬기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본위(本位)란 기본으로 삼는 표준이다. 이에 지자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유지모지인(有智謀之人)이다. 즉 ‘지혜와 꾀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꾀와 지혜가 있는 사람은 그 지모(智謀)를 불량하게 쓰지 않고 바르게 써서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안겨줌과 동시에 지모를 갖출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유혜승지인(有慧勝之人)이다. 즉 ‘지혜가 수승됨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수승한 지혜를 가졌다하여 어리석은 사람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돕고 가르쳐서 자기와 같이 수승한 지혜를 갖출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유총명지인(有聰明之人)이다. 즉 ‘총명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총명이란 슬기롭고 도리(道理)에 밝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용심(用心)이나 행동이 방정(方正)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포용하여 화친함과 동시에 맑고 밝게 살아가도록 교량역할을 한다.

고전에서는 지자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①『한비자·주도(韓非子·主道)』에 “현명한 임금의 길은 지자로 하여금 그 생각을 다하게 하는 것이라(明君之道 使智者盡其慮).”

② 회남자·주술훈(淮南子·主術訓』에 “물이 구비할 것을 지자는 모두 갖추었고 가히 꾀할 것은 다 꾀하나니 이는 지혜로운 자가 근심이 적은 이유니라(物之可備者 智者盡備之 可權者 盡權之 此智者所以寡患也).”

③ 작고론삼·제갈공명상(酌古論三·諸葛孔明上)에 “간사로운 거짓을 버리고 대의로써 보이며, 술략을 바로 잡는데 정병으로써 다다르는 것은 이는 영웅의 일이요 지자로서는 능히 하지 않는 것이라(去詭詐而示之以大義 置術略而臨之以正兵 此英雄之事 而智者之所不能爲矣).”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조선은 고려의 뒤를 이어 1392년부터 1897년까지 505년간 존속했다. 나라의 근간이나 치법(治法)을 유학(儒學)에 두었고 특히 성리학(性理學)이 주체가 되어 내로라하는 유학자와 선비들이 배출됐다. 그러나 국사(國師)에 유가의 선비는 없었다. 불교의 선사들이 국사의 자리를 차지했다. 굳이 지자를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러나 지지심천(智之深淺)하고 혜지명암(慧之明暗)의 차등은 있을 수 있다.

송(頌)하기를
지자치방주(智者治邦主) 지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주체니
위본위화평(爲本位和平) 본위로 삼으면 화평하리라
유전초망국(有戰招亡國) 전쟁이 있으면 망국을 부르나니
우대혜인영(優待慧人迎) 지혜로운 사람 우대하여 맞을지라.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0년 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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