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윤 교무

[원불교신문=현지윤 교무] 요즘 세상, 일상에 함몰되지 않고 주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삶의 목표와 중심이 없기에, 주위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 하기 바쁘다. 요즘 10대, 특히 도시의 10대들은 어려서부터 엄마가 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사느라 친구와 마음껏 놀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

성적의 잣대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구도 속에서는 필연적으로 우등생과 열등생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아이들에게 꼭 공부를 잘해야지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평소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에 흥미 있고 무엇을 잘하는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손가락 장단점, 나를 귀하게 하는 꿈 목록,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진로 포트폴리오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거치며 학생들은 자기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탐색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한 단계 올라선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친구들, 선생님, 학교 건물,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신입생 ‘지은이’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다. 지은이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뭔가 이걸 남에게 보여주고 싶다거나, 칭찬받고 싶다는 욕구가 깔려있다. 지은이는 친구들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그럴 때마다 습관처럼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을 한다. 인정받는 것을 사랑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지은이는 외로운 아이였다. 홀로 있음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동그라미는 지은이의 쉼터였고, 매주 1등으로 동그라미에 출석했다. 항상 내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앞자리에, 1년 동안 단 한 번도 법회를 빠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자신의 생명을 잃는 것만큼 두려워하는데, 지은이도 그런 아이였다. 그런 지은이가 1학년 마지막, 5분 글쓰기 시간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나는 이제 교수나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니다. 춤에 관심이 생겼고, 주제선택 프로그램이 좋다. 그냥 나는 진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뭘 해야 좋을지 알고 싶다.’

남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열망은 누구나 있다. 대종사는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우고 마음을 거기에 모으면,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한다고 법문했다. 우리는 학교가 나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세상을 위한 공부를 하는, 큰 꿈이 자라나는 공간이기를 염원한다.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지은이의 바다를 환히 비춰 줄 등대, 동그라미가 그 등대가 되어주리라.

/휘경여자중학교

[2020년 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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