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성사를 마치고 원기4년(1919년) 10월 6일에 소태산 대종사는 “이제는 우리가 배울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가르칠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니, 그대들은 먼저 이 불법의 대의를 연구해서 그 진리를 깨치는 데에 노력하라”라고 선언했다.

법인성사 100주년의 뜻깊은 해를 보내고 원기105년(2020년)을 맞이했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새해 공부계획을 세우면서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원불교가 이 세상에 나온 후 100여 년 동안 극도로 발달하는 물질문명의 폐해 속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다했느냐는 의문이 든 것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지만 인간의 정신은 어떠한가. 아직도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근본 책임은 어디 있는 것일까. 바로 정신적인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하는 종교인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인이 참다운 지도를 하지 못하고 참다운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이 혼란하고 고통이 극심해진다고 생각한다. 지도하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지도받는 사람이 잘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재가출가 전 교도는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겠다.

새해를 맞아 원불교적 삶의 태도를 적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 교리표어인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을 연구해 실천해 보자.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원리는 우주만유는 법신불이라는 하나의 불성에 바탕 한 것이므로 법신불과 일체만유는 둘이 아니어서 ‘만유가 곧 부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 합당한 지혜로운 대처를 통해 모든 행위에서 부처의 효용을 나투도록 함으로써 복락을 장만하자는 것이다.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섬기자. 모든 존재를 부모님처럼 모시자. 예컨대 부모님이 배가 고프거나 병이 나면 불쌍하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부처님으로 불공드리자.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시작해보자. 모든 상대를 대할 때 상대 가치를 존중해 보자.

이태석 신부는 톤즈에 있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들을 천주교로 개종시키려 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예수님이었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보살의 삶을 살았다. ‘부처님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대종사님이었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올해는 공부해보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자신도 곧 부처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대종사는 조물주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조물주는 곧 자신이라고 밝혔다. 새해에는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키워보자. 자신에게 100점을 주자. 

중생은 본래 부처이다. 근본 마음의 눈을 뜨고 지금 이  순간이 절대 낙원임을 알아차리자.

[2020년 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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