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시민사회네크워크 결집
평화지향, 인류공동선에 기여

[원불교신문=강해윤 교무] 원불교 100주년에 재가출가 전교도가 함께 다짐했던 것 중에 ‘우리는 주세교단으로서 시대과제에 헌신 하겠다’라는 내용이 있다. 교단이 하고 있는 교화·교육·자선의 3대 활동이 모두 시대과제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시대과제에 직접 나서고 있는 원불교 시민사회운동을 살펴보자.

일제식민지하에서 창립된 원불교의 역사는 광복, 전쟁, 재건, 성장, 민주화, 환경, 세계화, 양극화 등 시대적 과제에 따라 교단의 내외적 성장을 함께 해 왔다. 특히 1980년대에는 온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원불교 시민사회운동도 태동이 됐다. 일찍이 영광원전이 영산성지 인근에 건설되면서부터 핵발전의 위험을 알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운동이 영산성지를 지키던 김현 교무에 의해 비롯됐다. 이어서 원불교 대학생연합회가 반핵의 깃발을 들었고, 원불교 청년·대학생들이 농촌운동을 비롯해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교단내부에서는 이를 수용할 만한 토대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로 배제됐다. 수많은 민중들이 피를 흘린 우리 역사의 중요한 시점인 1980년 광주항쟁은 우리 교단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고 이에 대한 부채의식이 남게 됐다.

1987년 6월 항쟁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원불교의 시민사회운동이 대학생 예비교무들과 젊은 교무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는데 최초로 반독재 민주화를 외치며 조직된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초대 공동단장 김일상, 신명국 교무)이 출범하게 된다.

이 뿌리는 예비교무들의 농촌교화연구반을 시작으로 사회교화연구반이 토대가 되어 의식을 키워 줬다. X86으로 지칭되는 이 그룹들은 이후 운동의 중심에 항상 있었고 학생운동에서 시작해 교화현장에 배치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 빈민 교화라는 영역을 개척해 부천 노동자의 집(교무 정치원, 한경천), 서울 은혜의집(교무 길광호, 강해윤)으로 문을 열고 노동자, 빈민 교화현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 이들은 사회개벽교무단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며 사회이슈에 대한 대응을 해 나가면서 이웃종교들과 연대했다. 

그와는 별도로 원기85년에 반핵운동을 하던 영광천지보은회를 이어 전국단위 원불교 환경운동체인 ‘천지보은회’가 결성되고, 5대종단 연대체인 ‘종교환경회의’에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도 했다. 천지보은회(대표 이선종 교무)는 지리산 생명살리기를 통해서 만들어진 연대의 틀은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와 핵폐기장건설 반대운동 등의 굵직한 환경운동으로 펼쳐 나갔다. 그리고 이어진 핵폐기장건설 반대운동은 영광에서 시작해 이후 부안 주민들이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영광에서는 교단 중앙교의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상기획단이라는 실천단을 만들어 현장에 100명의 교역자를 파견했다. 교정원장 담화를 내는 등 근원성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며 반핵을 외침으로써 핵발전에 대한 진실을 알게 하는 큰 역할은 했으나 이것을 시민사회 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보다 시민사회 운동으로 깊어진 것은 부안핵폐기장 저지를 위한 주민운동이었다. 자발적인 주민들이 꾸준히 참여한 가운데  반핵을 넘어서 주민자치 운동의 전형을 보여준 이 운동은 김인경 부안교당 교무가 중심에 있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영광교구와 함께 영산성지수호를위한 탈핵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에너지전환운동에도앞장서고 있다.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더욱 높아진 원불교의 시민운동에 대한 의식과 참여도는 중앙청년회를 중심으로 ‘평화의 친구들’ 이라는 평화 운동체를 결성해 국내를 넘어 해외 활동까지 영역을 넓히며 확장해 갔다. 같은 시기 원불교 법률가들을 중심으로 인권운동체로 ‘원불교 인권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중앙청년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정상덕 교무의 평화와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추진력이 바탕이 됐다. 

2007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 대운하 사업이 계획됨에 따라 강을 살리기 위한 종교인들의 노력이 맨 처음 시작돼 4대강 사업의 부당성과 환경파괴를 알렸다. 원기95년 바로 그곳 여주에서 ‘원불교환경연대’가 출범하게 된다. 

원불교 환경연대가 5대종단의 ‘종교환경회의’라는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시대과제인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자타가 공인하는 환경단체로써 자리 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재가 활동가에 있었다. 여성, 농촌, 교육운동으로 이미 경력을 충분히 쌓은 이태옥 활동가의 환경연대 사무처장 상근활동은 비로소 원불교 시민사회운동가가 상존하는 모습을 갖게 해 줬다. 

원불교 환경연대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다시 불붙은 탈핵운동에 앞장서서 영광탈핵순례를 시작했고, 7년째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환경운동의 한 축인 에너지 전환운동의 필요성 때문에 실천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원기98년‘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출범하게 됐다. 약 4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에너지 전환에 기쁘게 합력해 32개의 상업발전소를 갖고 그 수익을 통해 2차적인 에너지 나눔까지 이어가고 있다. 

원기100년 원불교 시민사회운동의 보다 큰 확장을 위해 오랫동안 염원하며 요청해온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약칭 원씨네)가 사회개벽교무단, 평화의 친구들, 인권위원회, 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의 5개 단체로 결성되고 ‘교당’도 개설되어 김선명 교무가 파견됨으로써 비로소 제대로 된 시민사회연대체가 원불교안에 형성됐다.

원기101년 7월, 운명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사드배치가 정산종사 탄생지인 성주성지 인근 달마산에 배치되면서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는 평화운동에 나섰다. 다행히 원씨네에 강현욱 교무가 증원되고 현지 주민대책위 상황실에 곧바로 파견돼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창구역할을 잘 해 주고 있다. 사드배치가 이루어진 성주성지를 통해서 원불교의 평화운동은 관념에서 벗어나 전쟁을 막고 무기를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이고도 절박한 문제에 직면해 그 실천력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재가교도들은 스스로 ‘원불교 평화행동’(대표 이대선)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꾸준하게 소성리 현장을 지키며 평화운동을 확산해 가고 있다. 강진성 교도의 1만6천Km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평화콘서트는 그 결과물 중 하나이다. 앞으로도 이들은 좀 더 많은 평화운동을 벌이기 위해 즐겁게 모여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원불교 시민사회운동은 비단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봉공회·여성회·청운회·청년회 등 재가단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활동들이 또한 시민사회운동이고 이들의 역할은 눈부시다. 그런데도 이들과는 약간은 결이 다른 운동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시혜와 원조 또는 관념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변혁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의 운동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은 운명적으로 두 가지의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영산성지와 탈핵운동 그리고 성주성지와 평화운동이다. 우리는 이를 소명의식으로 받아들여 이 시대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불교의 대사회 실천운동이고 우리의 신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교리를 따라 실천한다. 그것이 때로는 현실정치나 국가 정책과 맞지 않을 수가 있지만 평화를 지향하고 지구를 살려 인간의 삶이 지속되도록 하고 그 속에 사는 인간들이 서로 차별하지 않고 공존하는 인류 공동선에 헌신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종교 시민사회 운동이다. 여기에 동참하고 긍정하고 지원하는 일이 모두 한가지이다.  

강해윤 교무 / 학교법인 전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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