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소태산 대종사는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된다고 했고, 정산종사는 ‘마음공부 잘 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되자’라고 하는 등 마음공부는 곧 원불교 수행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정산종사법어』근실편 4장에서는 우리가 마음공부의 실력을 얻어야 우주만유를 지배할 수 있고 불보살의 권위를 누리며, 대종사의 정신개벽의 큰 일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마음공부야말로 원불교 구성원이 실천해야 할 신앙과 수행의 표준이며, 참다운 실력의 뿌리라는 법문이다.

필자가 출가하던 원기80년대 초반은 수계농원 중심의 ‘정전마음공부’와 권도갑 교무의 ‘자성을 세우는 마음공부’가 새로운 마음공부 방법으로 등장하면서 전국 교당과 기관에서 마음공부 열기가 뜨겁게 일어났었다. 

‘정전마음공부’는 마음에 요란함이 일어나게 하는 원인을 경계로 보고 경계를 대하기 전 원래 마음과 경계를 따라 일어난 마음을 대조해 자성의 정·혜·계를 세우고, 공부한 내역을 심신작용처리건 중심으로 일기를 기재해 문답감정을 받고 『정전』 원문 그대로 실행하며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부이다. ‘자성을 세우는 마음공부’는 경계는 원래 자성을 요란하게 할 힘이 없으므로 자성의 본래 모습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사랑으로 마음이 경계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자는 공부법이다. 

이 두 공부법은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故 김도공 교무의 지적은 통렬했다. 두 마음공부가 모두 ‘자타분별의식’에 빠져 있어 마음공부가 소승적 수행으로 떨어지고 신앙성을 약화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 지적처럼 자타불이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한 마음공부는 나에 대한 상(相)을 키우는 ‘오렴수’가 되어 ‘유상(有相)’에 치우쳐 결국은 ‘나’에 대한 주착심을 키우는 그릇된 수행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고, 대상을 ‘경계’로 취급하는 인식은 모든 현상을 부처로 대하고 불공하자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신앙을 약화시킨다. 

우리가 일상을 통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이끌어 준 두 공부법의 공로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나’에 대한 집착심이 커지고, 또 내 마음을 지키고 돌리는 공부에 치우쳐 주위 인연에게 불공하지 않는 신앙을 한다면 그것이 과연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뜻을 잘 실천하는 것일까? 

대종사의 마음공부는 ‘나를 놓는 마음공부’ 곧 무아(無我)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나를 놓는 공부를 반복하는 것을 통해 참다운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남을 분별하고 차별하는 속에서 마음공부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망령임을 알자. 또 나를 내려놓아야 비로소 나와 대상이 둘이 아님을 알아 참 신앙을 할 수 있다. 나를 내려놓아 텅 빈 자리가 되어야 큰 공심이 나온다. 그래서 ‘무아봉공’을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수행과 신앙의 참된 실력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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