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전 교무

[원불교신문=황덕전 교무] 햇살이 청명하다. 상큼한 공기와 살금살금 부는 바람, 그리고 맑은 하늘 눈부신 햇살…. ‘아~ 좋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잠시 후에 있을 기분 좋은 만남에 날씨까지 좋으니 자꾸만 슬금슬금 웃음이 난다. 

때맞춰 차 한 대가 교당 앞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면서 정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해군대령이 내린다. 얼굴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한다. 합장인사에 새삼 감회가 새롭다. 원불교인들에게는 당연한 합장인사가 이곳에서는 아주 반갑고 특별한 인사가 된다. 군부대이기 때문이다. 

이곳 계룡대는 육군·해군·공군의 삼군 본부가 있는 곳이다. 삼군의 본부이기 때문에 육해공 참모총장을 비롯해서 원스타, 투스타, 쓰리스타 등 그야말로 하늘에 별들도 많고 땅에도 별들이 많은 곳이 바로 이 계룡대 삼군본부이다. 삼군 본부안에 있는 교당이니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장교들이다. 원불교 교무를 처음 봤다는 사람들이 태반인 이곳에서, 또한 타종교인들이 포진하고 있는 이곳에서 어떻게 교화에 접근할 것인지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마음 상담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고통은 전부 마음에서 발생한다. 괴로움, 아픔, 불안, 갈등, 슬픔, 외로움, 우울함….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마음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중생의 세계에 머무는 이상 고통 없는 사람이 없다. 우리 교법은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잘 연구하며, 잘 쓰자는 용심법이 아닌가.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마음상담으로 접근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 해군대령 역시도 마음상담으로 시작해서 입교까지 연결된 아주 특별한 교도가 된 케이스이다. 처음 이 해군대령과 만날 때 그 타이틀이 1대1 마음공부였다. 이곳은 타종교인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종교로 접근하면 거부감을 일으키기가 쉽다. 그러니까 늘 대화는 ‘마음’으로부터 시작을 한다. 누구나 마음에 자그마한 고통이나 고민 한가지씩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시작을 해서 어느 정도 마음을 열게 되면 자연스레 원불교로 인도한다. 

이 해군대령도 처음 몇 달간은 일주일에 한시간 내지 한시간 반씩 1대1 마음공부란 이름으로 상담식 대화를 하다가 지난해 6월에 정식으로 입교했다. 입교한 후에는 타이틀을 1인 법회로 바꿔서 매주 수요일마다 법회식 문답공부를 한다. 참으로 정성스럽게 공부를 한다. 지금은 일기를 써오는 것은 기본이고 유무념 공부까지도 하고 있다. 

‘원불교로 들어올 준비가 이미 되어있었던 상근기의 사람이구나’ 싶을 정도로 정성스럽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마음공부 잘해 최상근기로 올라가세요”라고 그에게 덕담하면서 들어진 감상은 ‘상근기에서 최상근기로 가는 열쇠가 바로 정성심이겠구나’ 싶어진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해군대령을 배웅하면서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저절로 주어지고 내 눈앞에 저절로 펼쳐진 저 맑고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눈부신 햇살…. 만일 기적이 있다면 이런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면서 그래도 최령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저 자연보다 아름답게 살지 않으면 그야말로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지며 새로이 챙겨진다.

/계룡대교당

[2020년 1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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